(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아시아 기업들의 채권발행이 최근 줄줄이 취소되면서 채권시장의 압박이 고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홍콩에 상장된 중국 재생에너지 업체인 협합신에너지(00182.HK)는 이번 주 3년 만기 달러채를 7.125% 금리에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중국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 등으로 수요가 크지 않자 채권발행을 취소했다.

또 중국 철강업체 내몽고포두철강연합(600010.SH)은 5.7% 금리에 3년 만기 채권 2억 달러어치를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철회했으며, 인도네시아 야자유 생산업체인 사윗숨베르마스사라나(SSMS.JK)도 3억 달러어치의 달러채 발행 계획을 취소했다.

세 기업이 최소한 채권 발행액은 총 8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취소한 것은 시장의 투자 심리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다른 일부 기업들은 이번 주 채권발행에 나섰으나 몇 개월 전보다 훨씬 더 높은 금리에 채권을 발행해야 했다. 이는 그만큼 전보다 채권발행의 비용이 비싸졌다는 의미이자 투자자들의 수요가 줄었음을 시사한다. 통상 수요가 늘면 가격이 높아져 금리는 하락한다.

최근 들어 신흥 시장 채권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투자 등급이 낮은 채권의 투자 심리가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글로벌 고위험·신흥시장 채권수익률과 미국 국채 수익률 간 평균 스프레드는 이번 주에 2개월래 최고치인 3.88%까지 올랐다. 지난 10월 말에는 3.41%로 수년래 최저치를 경신한 바 있다. 올해 들어 해당 스프레드는 8.6%가량 올랐다.

아시아의 국채 금리도 동반 상승 중이다.

인도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번 주 들어 7%를 넘어서 작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3년래 최고치인 4%를 웃돌았다.

올 초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은 고수익을 노리고 신흥 시장 채권에 앞다퉈 투자했다. 덕분에 아시아 채권시장은 활황을 맞았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상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존의 초완화적 통화정책에서 돌아설 기미를 보이면서 고위험 자산에 대한 경계를 높이고 있다.

핌코의 루크 스파직 신흥시장 포트폴리오 관리 담당 헤드는 올해 초 강한 랠리를 고려하면 "신흥 채권시장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ANZ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0월 신흥 시장 채권을 3억 달러 순매도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순매도로 돌아섰다.

투자자들은 다음 주 미국의 추수 감사절을 앞두고 더욱 경계를 높이고 있으나 그럼에도 많은 기업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전에 채권발행에 나서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대표 기술기업인 알리바바와 바이두가 올해 미 달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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