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윤종규 회장·허인 행장 체제를 구축한 KB금융지주가 제2의 도약에 나선다.

KB사태 이후 불안했던 지배구조가 안정화하며 3년 만에 행장을 분리한 KB금융은 세대교체와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리딩뱅크 굳히기에 나설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이 이날 임시주주총회에서 윤 회장의 연임과 허 행장 선임을 확정하면서 각각 3년과 2년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 3년간 윤 회장이 행장을 겸임하며 조직위상 회복에 주력했다면 앞으로 윤 회장 2기 체제에선 리딩 금융그룹으로의 위상을 굳히기 위해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안정화…리딩뱅크 굳힌다

KB상시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 9월 윤 회장의 연임을 사실상 확정한 뒤 행장 분리를 공식화했다. 회장과 행장의 갈등으로 촉발된 이른바 KB사태 이후 지배구조가 안정화된 만큼 회장과 은행장 분리 시기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윤 회장은 과거 취임식을 통해 "KB금융의 지배구조가 안정화되면 적절한 시기에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윤 회장은 오래전부터 허 행장을 적임자로 평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허 행장은 2001년 국민-주택은행 합병 때부터 은행의 핵심 전략을 짜면서 윤종규 회장과도 오래전부터 호흡을 맞춘 인물이다. 윤 회장 취임 후 경영기획그룹 대표로 은행 전략을 담당했고 1년 후엔 영업그룹 대표로 승진 이동했다. 은행의 핵심 업무를 고루 경험토록 하면서 사실상 경영 승계를 받아왔다.

그동안 외풍을 겪어오면서 계속됐던 낙하산 논란을 잠재우고 내부에서 행장을 발탁한 점도 지배구조 불안 우려를 없앴다는 평가다.KB금융의 가장 큰 계열사인 국민은행을 허 행장에게 맡기면서 윤 회장도 안정을 추구한 1기 보다 훨씬 탄력적인 경영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간 시너지와 인수·합병(M&A) 등 큰 그림은 윤 회장이 주력하는 대신 행장은 비대면 및 디지털금융 확산에 따른 새로운 영업 및 경영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지난 7월 신한금융의 시가총액을 따라잡으며 7년 만에 금융 대장주 지위를 회복했으며 지난 3분기까지 2조7천64억 원의 순익을 내며 신한금융을 500억 원 차이로 따돌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굵직한 M&A 성공과 지배구조 안정화로 KB금융의 영업력이 크게 회복됐다"며 "회장 행장 분리로 윤 회장 2기 체제에서는 시너지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60년대생으로 세대교체 급물살…응집력 강화

허 행장은 시중은행장 중 첫 60년대생으로 KB금융의 세대교체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허 내정자는 1961년생으로 신한·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대 은행장 중 첫 60년대생 행장이다. 이들 중 가장 젊은 1959년생 김도진 기업은행장보다도 두 살 아래이며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장보다도 젊다.

KB증권 등 주요 계열사 대표 임기 만료와 맞물리면서 다음 달 임원 인사에서 계열사 사장과 국민은행 부행장급이 대부분 교체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국민은행 부행장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린 허 부행장이 행장이 오르면서 부행장급 이상은 대거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같은 직급에서도 상대적으로 젊은 후배가 행장에 오르다 보니 직을 유지하면서 일하기 상당히 불편해졌다"며 "허 행장 발탁이 세대교체라는 상징성을 가지는 만큼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수순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출범하면서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한 KB증권의 윤경은·전병조 사장을 비롯해 윤웅원 국민카드 사장,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신용길 KB생명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사장들의 임기가 모두 12월 말에 끝난다.

윤 회장이 첫 임기 3년 동안 조직 안정에 초점을 둬 대부분의 계열사 사장을 유임시켰던 것과 달리 집권 2기 체제에서는 과감한 경영진 교체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등 트렌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젊은 인물을 대거 등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과감한 세대교체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젊은 조직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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