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원화 강세가 한국은행 금리인상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지만, 기준 금리인상은 환율 하락기에도 기조적으로 이뤄졌다.

달러-원 환율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의 고려 요인 중 하나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아닌 셈이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2005년 10월 11일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올리고 나서 2008년 8월 7일까지 총 8차례 금리를 올렸고, 이후 2010년 7월 9일 기준금리를 2.00%에서 2.25%로 올린 후 총 5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

한은이 금리인상 기조를 보였던 기간의 달러-원 환율 흐름은 하락 추세에 가까웠다.

2005년 10월 11일부터 2008년 8월 7일까지의 1차 금리인상기에 달러-원 환율은 1,044.90원(2005년 10월 14일 종가)에서 899.60원(2007년 10월 31일 저점)까지 하락했다.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만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금리인상이 기조적으로 이뤄지는 동안 원화는 줄곧 강세를 보였다.

이후 2010년 7월 9일부터 2011년 6월 10일 사이의 2차 금리인상기에는 달러-원 환율 하락폭이 줄었다.

달러-원 환율은 첫 금리인상 당일 1,096.00원(2010년 7월9일 종가)으로 13.30원 급락했으나 이후 2011년 6월 10일 1,082.60원까지 소폭 내리는 데 그쳤다.

한은이 첫 금리인상의 포문을 열 때의 금통위 의사록을 살펴보면 달러-원 환율을 우려하는 정도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

2005년 10월 11일 의사록을 보면 금리인상에 나선 일부 금통위원이 내외금리차로 인한 자본유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일부 위원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정책금리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두 차례 남은 11월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회의에서도 정책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며 "내외금리차로 인한 자본유출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 관련부서는 "미국 장기금리의 향방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 예단하기 어려우나 대체적으로 시장에서는 미국의 수익률곡선 기울기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내외금리차로 인한 자본유출 가능성이 작으나 하반기에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며 "그렇더라도 우리 경제의 회복에 따라 장기금리가 상승한다면 내외금리차 문제가 심각할 정도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금통위원의 우려나 한은 집행부의 답변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2010년 7월 9일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상황은 비슷하다.

다만, 이때는 달러-원 환율 하락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일부 위원은 금리인상시 차익거래 유인이 확대돼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유입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환율(원화) 절상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한은 관련 부서는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자본이동 경상수지 경제성장 물가전망 기대심리 등 다양하며, 그중 자본이동만을 대상으로 볼 때도 주식자금과 채권자금의 영향이 서로 다르므로 금리인상시의 환율변동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른 일부 위원도 채권투자자금 유출입만을 대상으로 한 실증분석결과도 차익거래 유인과 외국인 채권투자 간의 상관관계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하고, 따라서 금리인상이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증가를 가져온다는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환차익을 위해 헤지를 하지 않고 유입되는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국제금융시장 불안 확대시 단기간에 유출되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는지 질의했고 한은은 일시에 유출될 가능성이 작다고 답했다.

이처럼 과거에도 첫 금리인상을 저울질하는 시점에 금통위가 원화 강세를 우려했지만 금리인상 결정은 그대로 이뤄졌다.

한은은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 중 환율 경로가 금리 결정을 좌우할 정도의 핵심 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 중 환율 경로는 뚜렷하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더 많다"며 "환율이 기준금리 결정에 중요한 고려 요소 중 하나지만 주된 사항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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