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제안한 노동이사제 도입과 대표이사(회장)의 이사회 내 위원회 참여 배제 안건이 모두 부결되면서 노조의 경영 참여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노조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을 재상정할 계획인 데다, 연임 찬반 설문조사 조작 의혹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결과 등이 남아있어 노사간 힘겨루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KB금융은 2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국민은행 노조 측이 제안한 노동이사제 도입과 회장의 이사회 내 6개 소위원회 참여를 막는 정관개정을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이날 주총에서는 윤종규 회장과 허인 국민은행장의 선임 안건이 의결된 뒤 노조 측 제안 안건 처리를 위해 약 50분 간 정회하는 등 노사 간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부결된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로 주총에 앞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기로 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노조에서는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70%에 육박하는 외국인 주주들이 대부분 반대표를 던지면서 안건은 결국 부결됐다. 노조의 경영 참여에 외국인 주주들이 강한 부정적 입장을 보인 탓이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노동이사제 도입이 활발하지만, 국내 이사회 체제에서는 순기능보다 노조의 경영권 간섭과 의사결정 효율성을 크게 해치는 등 역기능이 더 크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문제는 내년 3월 정기주총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 대부분의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노조 추천 사외이사 도입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분 9.6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만큼 노조 공세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계획이고 여당에서도 힘을 싣는 분위기다.

국민연금 주도로 많은 주주의 찬성표를 얻으면 사측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KB금융·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BNK금융지주·DGB금융지주 등에서 주식 8.13%~12.52%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예금보험공사 지분이 가장 많은 우리은행도 2대 주주도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그간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이었지만, 이번 노동이사제에는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향후 금융노조가 목소리를 낼 때 든든한 지원군 역할에 나설 수도 있다.

지난 4일 경찰이 윤 회장의 연임 찬반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에 사측이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수사 결과에 따라 노조 견제가 더욱 심화할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윤 회장이 설문조사 개입에 관여됐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노조 참여 사외이사 선임 안을 넘어 노조가 다양한 방법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라며 "윤 회장과 허 행장이 얼마나 노사 문제를 매끄럽게 풀어가는냐가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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