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IB 강화 전략 틀렸다" 불만…올들어 주가 18% 빠져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영국 2위 은행인 바클레이즈의 제스 스테일리 최고경영자(CEO, 60)에 대해 최근 주가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는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최대은행 JP모건 출신인 스테일리 CEO의 투자은행(IB) 사업 강화 전략을 투자자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테일리 CEO는 JP모건에서 30년 넘게 일하면서 IB 부문 CEO 등을 지낸 베테랑 'IB맨'으로, 앤서니 젠킨스 전 CEO의 뒤를 이어 2015년 12월부터 바클레이즈의 경영을 이끌어왔다.

JP모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가 IB 사업 확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바클레이즈의 주가는 올해 들어 18% 하락하면서 대형 유럽계 은행 중에서 가장 나쁜 성적을 기록 중이다.







<바클레이즈 주가 추이>



투자자들은 과거 밥 다이아몬드 전 CEO가 추구했던 공격적 IB 확장 전략이 실패로 돌아갔던 경험을 떠올리며 탐탁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이아몬드 전 CEO는 2008년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의 일부 사업부를 인수까지 하면서 IB 강화에 공을 들였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고, 자신은 리보(Libor, 런던 은행간 금리) 조작를 맞아 2012년 7월 불명예 퇴진했다.

스테일리 CEO의 꿈은 다이아몬드 전 CEO처럼 웅대하지는 않으며,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CS)나 독일의 도이체방크를 확실히 따돌리고 IB 매출 기준으로 전 세계 6위로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그러나 이 정도 목표에도 우려를 보내고 있다.

최근 바클레이즈 지분을 줄인 한 주요 투자자는 "대규모 자본 없이 IB를 성장시킬 수 있나"라고 회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영국 자산운용사 야누스헨더슨의 배링턴 피트- 밀러 매니저는 "1990년대 무모한 투자은행 시대로의 회귀가 시장이 원하는 바라고 생각한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이전 전략을 되살리는 것은 불쾌한 기억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주주들은 스테일리 CEO가 취임 후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에서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다변화 전략을 추구하자 조심스러운 지지를 보냈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바클레이즈는 배당도 축소했다.

이러던 스테일리 CEO는 올해 여름 사업 재조정이 완료됐고 자본은 풍부하다고 선언하면서 IB 강화 전략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배당을 언제 다시 올리겠다는 말은 하지 않아 주가를 추락시켰다.

바클레이즈는 현재 영국의 소매금융 부문이 IB보다 수익성이 훨씬 높은 상태다.

소매금융의 지난 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8%로, 기업투자금융(CIB)의 세 배가 넘는다.

하지만 바클레이즈의 자본 중 60%는 CIB에 묶여있다.

IB 쪽에 관심과 자본이 집중되자 일부 소매금융 담당 임원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클레이즈의 CIB 부문 CEO는 스테일리 CEO와 JP모건에 함께 일한 사이인 팀 트로스비가 맡고 있다.

스테일리 CEO는 내부고발자의 신원을 알아내려 한 사건으로도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어 편치 않은 처지에 놓여있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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