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당국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사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귀주모태주의 주가 하락은 주식시장에 대한 당국의 시각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대표 주요 주류업체인 귀주모태주(600519.SH) 주가는 지난 17일 4.01%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1.61% 하락했다. 이틀간 주가는 5.6%가량 떨어졌다.

귀주모태주의 주가 하락은 관영 언론이 회사의 주식이 너무 비싸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종종 중국 당국은 관영 언론을 통해 당국의 의중을 드러내 왔다는 점에서 개별 종목에 대한 구체적 지적은 과도하게 주가가 오른 종목에 대한 경계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한 소프트웨어 업체에 다니는 왕 샤오광 매니저는 지난 금요일에 갖고 있던 귀주모태주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며 "국영 언론이 귀주모태주의 주가 상승을 비판했다는 것은 모든 것을 처분해야 할 때가 왔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주가가 급변동할 때 시장에 종종 개입해 주가 급락을 막거나 급등을 제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2015년 주가 급락 이후 소위 국가대표팀인 국부 펀드를 이용해서 이뤄졌다.

직접 해당 종목을 언급하지 않고, 은밀하게 국부 펀드를 이용해 주식을 사들이거나 처분하는 형태였다.

실제 지난 당 대회 때 시장이 너무 가파르게 오름세를 보이자 국부 펀드는 대형주를 처분해 증시 과열을 억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개별 종목을 특정해 이를 언급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는 게 WSJ의 지적이다.

이는 그만큼 중국 당국이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을 경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귀주모태주는 중국 당국의 부패 척결 캠페인에 직격탄을 맞았던 종목이다. 고가의 술이 뇌물로 활용된다는 오명과 각종 만찬 등이 축소되는 분위기에 2012년 중반부터 2014년 초반까지 회사의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귀주모태주의 주가는 100% 이상 올랐다. 중국 가계의 술 소비가 늘어나며 순이익이 급증한 덕이다. 올해 3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8% 늘어난 바 있다.

외국인들도 후강퉁을 통해 적극적으로 귀주모태주 주식에 투자하면서 시장 분위기는 과열됐다.

지난 9월 말 기준 귀주모태주의 10대 주주 중 4곳은 오펜하이머펀드,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GIC 등 외국계 투자자였다.

지난 15일에는 골드만삭스가 귀주모태주의 주식에 대해 '매수' 의견과 함께 목표주가를 현 수준보다 30% 높게 제시하면서 시장의 분위기는 더욱 가열됐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물론, 귀주모태주도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자 공시를 통해 시장에 가치 투자를 당부했다.

귀주모태주는 거래소 공시를 통해 "군중을 쫓기보다 이성적 투자"에 나설 것을 권고하며 "회사에 대한 과도하게 높은 목표주가나 시가총액에 대한 시각들은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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