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독보적인 원화 강세에 달러 매수 모멘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모두가 원화 강세를 바라볼 때 연저점에 근접한 달러화 레벨에서 매수 트리거(방아쇠)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북한 리스크, 외국인 주식·채권 역송금 수요 등을 달러 매수 요인으로 꼽았다.

원화 강세 흐름이 두드러지면서 달러 매수 요인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북한 리스크는 최근 잠재 리스크로 변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특사인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평양을 방문한 직후인 만큼 북한 제재가 어느 정도 강도로 진행될지가 관건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북한은 핵 초토화로 전세계를 위협하는 것에 더해 외국 영토에서의 암살 등을 포함한 국제적인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행동을 되풀이해왔다"며 대북 조치를 오래전에 취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지정은 북한과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적 제재와 불이익을 가할 것이며, 살인 정권을 고립화하려는 우리의 최대 압박작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내세웠다.

북한이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연말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자칫 달러화 하단을 탄탄하게 다지며 반등을 부를 수 있는 요인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이뤄지고 나면 원화 강세를 추가로 이끌 모멘텀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증시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주가 차익과 환차익을 모두 본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서울외환시장은 경제 성장률 개선, 경상수지 흑자 확대로 탄탄해진 원화 펀더멘털에 주목하고 있다.

11월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상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원화 강세를 바라보고, 베팅하려는 시장 참가자들이 그만큼 많아진 셈이다.

전일 삼성전자 외국인 배당금이 역송금 수요로 유입되는 한편, 일부 재투자도 이뤄지면서 달러화 반등세는 별로 탄력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1,100원선이 깨질 때도 롱스톱에 밀린 터라 달러-원 환율이 올라갈 요인이 별로 없어 보인다"며 "만약 외국인 주식, 채권 자금이 차익실현에 나선다면 달러화가 반등할 수 있지만 증시가 좀 더 오를 수도 있을 것 같아 아직은 환율 반등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환시장 참가자들 대부분이 원화 강세를 바라보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모두가 원화 강세 한 방향을 보고 있다면 반대로 가는 상황이 오면 충격이 클 수 있다"며 "오히려 환율 하락에 따른 반작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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