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함영주 KEB하나은행이 승진을 포함한 상반기 정기 인사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반기에 구(舊) 외환·하나은행 직원들의 인사제도를 통합할 예정인데 몇 달 앞서 인사를 단행하면 오히려 혼란이 생길까 염려해서다.

현재 두 은행 직원들의 임금과 직급체계는 통일되지 않은 상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상반기 정기 인사를 인사제도 통합이 이뤄지는 하반기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정대로 내달 정기 인사를 하면 별도의 직급체계를 적용해야 하고, 하반기에 인사제도를 통합한 이후 또다시 직급을 재조정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다만, 올해 초 승진 등의 인사가 없었던 터라 인사를 미룰 경우 직원들의 사기가 꺾일 수 있어 함영주 행장은 인사 여부와 시점 등에 숙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전 하나은행은 매년 한 차례, 외환은행은 두 차례씩 승진 등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2015년 9월 통합은행 출범 이후에는 조직 안정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승진인사가 지체됐고, 작년 7월에야 1천명에 대한 대규모 승진 인사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연거푸 승진인사를 하지 않으면서 직원들의 불만도 조금씩 쌓여가고 있다.

KEB하나은행 노조는 지난 4월 임단협에서 올해 초 본부장급 이상 임원들만 승진인사를 단행한 데 대해 항의하고, 상반기 중으로 일반 직원들의 승진인사도 실시할 것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KEB하나은행의 한 직원은 "통합은행 출범 후 정기 인사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승진 누락자들이 쌓여가고 있다"며 "인사가 하반기로 넘어가면 승진 규모가 충족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 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측은 출신 은행에 따라 달랐던 인사·보수·복리후생 제도가 통합된 이후 인사를 하는 게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KEB하나은행 노조가 은행 경영진을 임금체불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한 사건 역시 두 은행이 복리후생 제도가 따로 운용되면서 생긴 갈등으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KEB하나은행의 한 임원은 "통합 후 생긴 크고 작은 갈등의 대부분이 아직 통일되지 않은 인사체계 때문"이라며 "하루빨리 통일시켜야 진정한 의미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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