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우리나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두 달 넘도록 공석이다.

외환보유액을 위탁받아 1천200억 달러를 운용하는 KIC가 해외 투자에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 인력이 대거 이탈하면서 조직 운영에 구멍이 난 현 상황이 재정비될 기회까지 늦춰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정부 및 KIC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7일 은성수 전 KIC 사장이 수출입은행장에 내정된 이후 약 두 달 반 동안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가 꾸려지지 않았다.

전임 사장이 물러나고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안에 사추위가 가동됐던 과거와 비교하면 수장 공백 기간이 다소 지나치다는 평가도 있다.

사추위는 KIC 운영위원회에 속한 4명의 민간위원을 비롯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각각 추천한 민간인사 2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돼야 한다.

KIC 주무부처인 기재부에서도 진척 상황이 더딘 것으로 파악됐다.

공모 절차를 거치더라도 사전에 어느 정도 인재 풀이 확보돼야 하는데, 사장으로 내세울 후보자가 많지 않은 것도 사추위 구성이 지연되는 이유로 거론된다.

KIC 사장은 관련법에 따라 금융 또는 투자 관련 분야에 10년 이상 종사한 자이어야 한다.

아울러 10월 말에야 끝난 국정감사로 기재부가 KIC 사장 관련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물론 올해 KIC의 수익률은 글로벌 주식시장 호조 덕분에 높은 수준에 있지만, 수장의 빈자리는 투자 지연 및 수익률 저하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

KIC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투자수익률이 연 11.28%였다. 이중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은 11.83%로 벤치마크(운용기준)를 96bp 초과했다.

더 큰 문제는 인력관리다.

지난달 국정감사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은 2013년 3명에 불과했던 KIC 퇴사자가 지난해 16명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는 12명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이탈 인력 중에는 KIC와 업무 연관성이 있는 외국계 금융회사 또는 법률회사로 이직한 사례가 빈번했다.

커리어를 쌓기 위해 잠시 몸담고 있을 뿐, 민간 운용사에 비해 낮은 급여 수준에 불만이 팽배한 것이 KIC의 현 상황이다.

이와 관련 KIC는 전일 조직정비 관련 내부 워크숍을 실시하기도 했다.

KIC 관계자는 "직원의 절반 이상이 회사생활에 불만이 있다고 한다"며 "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논의했다"고 말했다.

KIC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추위는 전혀 움직임이 없다"며 "조직을 빨리 추슬러야 하는데, 사장이 없어서 문제"라고 꼬집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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