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한국과 미국의 단기 금리 역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증시자금 유출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21일 증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단순한 금리 격차 축소로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진단됐다.

과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실제 역전된 경우는 지난 1999년과 2005년 두 차례 있었다.

지난 1999년 6월부터 2001년 2월까지 기준금리가 역전된 바 있는데, 외국인의 국내 금융자산 투자가 급증했었다. 당시는 국제통화기구(IMF) 관리 체계라는 특수성이 있어 비교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 2005년 8월부터 2007년 8월까지도 두 나라의 기준금리는 역전됐었다.

2005년 8월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는 각각 3.5%와 3.25%로 역전된 바 있다. 이후 한국이 금리를 인상했으나 미국은 더욱 빠르게 인상하며 약 2년간 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졌다.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은 2005년 8월 금리역전 당시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지만, 2006년 중반부터 자금을 유출했다.

2005년 8월의 경우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양호했고, 한국의 수출 호전과 신흥자산의 위험 선호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2006년 중반기부터는 중국의 금리인상이 미국과 동시에 진행되며 글로벌 수요의 우려가 커졌고,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풀이됐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면이 지난 2006년보다는 2005년 8월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의 연내 통화긴축 가능성이 약화됐고, 글로벌 교역 회복 속에 위험자산의 선호가 강화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6년 당시에는 중국의 긴축 우려와 원화 강세에 따른 국내 수출 경기 및 성장 우려가 컸다"며 "이런 여건들이 증시 자금 유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는 중국 당국이 금리를 급하게 인상할 가능성이 작고, 양호한 글로벌 경기 속에 위험 기피심리도 낮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금리 역전에도 자금 유출 가능성은 작다"고 관측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지난 2005년 금리가 역전된 직후가 아닌 2006년 들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것은 금리 이외에 기타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06년 외국인 주식 매도에는 국내 기업 이익 모멘텀 부진과 벨류에이션 부담 등이 존재했다"며 "현재는 당시와 다르게 기업 이익과 벨류에이션이 모두 글로벌 증시 대비 우월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 시장 상황이 지난 2006년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당시 한국과 미국의 시장금리 상황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6년 5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외국인은 약 12조5천억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의 벤치마크 금리인 국채3년물 금리가 미국채 3년물 금리보다 낮았던 기간이 외국인 순매도 구간과 일치했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06년 자금이 유출됐던 원인은 기준금리 역전이 아닌 시장금리의 역전이었다"며 "당시 외국인은 한국물을 내다 팔았는데, 특히 미국은 타국보다 규모가 큰 4조6천억원의 매물을 내놓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3년물 금리의 양국 격차가 20bp 내외인 상황에서 연준이 정책 정상화를 다시 시도한다면 시장 금리가 붙어버리거나 역전될 수 있다"며 "외국인 자금은 다시 빠르게 이탈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계 자금이 올해 들어 지난 4월말 기준 약 6조6천억원의 누적 순매수를 기록한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의 시장금리 격차 축소는 미국 주도의 자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관측이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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