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올해 들어 중국의 사드 보복 등에 해외를 중심으로 극심한 판매부진에 시달렸던 국내 자동차업계가 최근 들어 원화 강세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났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한중간 관계 개선을 계기로 자동차업계의 실적도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최근 원화 강세 기조로 다시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올해 4분기와 내년도 자동차업계의 실적 전망도 엇갈리는 모양새다.

증권사 관계자는 22일 "기준금리 인상기에서 달러-원 하락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원화로 환산할 때나 해외에서 가격경쟁을 하는 수출기업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최근 환율 변동이 글로벌 달러의 움직임이 아니라 원화의 절대적인 강세에 기인하고 있어 글로벌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원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는 데 따른 분석이다.





실제로 달러-원은 국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 10월 이후 꾸준히 하락해 지난 16일 장중 1,099.60원으로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1,1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 관계자는 "외국 자본의 유입으로 시중 유통되는 달러가 늘어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라면 괜찮겠지만, 현재 달러-원 하락은 글로벌 달러의 움직임보다 원화에 국한된 상황이어서 우려할 만하다"고 경고했다.

일부에서 원화 강세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면서 수출기업들의 실적회복 속도도 더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한중 관계 개선 합의문 발표 이후 대중 적자 폭이 감소하는 등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진 바 있다.

특히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수출이 전체 판매량의 80%에 이르기 때문에 경계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환율 하락이 점진적이더라도 장기적으로 지속한다면 일본, 독일 등 경쟁업체에 비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다만 과거 수출에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을 당시엔 환율 변동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해외 현지공장 등으로 생산구조가 분산된 만큼 환율 충격이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아울러 현지화 전략에 더해 환헤지 등으로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한 점도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산 자동차에 현지 부품을 사용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국내 기업들이 과거와 비교하면 환 헤지도 많이 하는 것을 감안하면 달러-원 하락에 따른 수지가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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