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홍경표 기자 = 김종희 국민연금 채권운용실장은 국내채권 벤치마크(BM) 지수에 맞춰 장기채권을 매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금리 인상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듀레이션 조정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21일 "국민연금 BM에 따라 국고채 50년물 등 국내 장기 채권을 꾸준하게 매수하고 있으며 특정 만기에 한정 짓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재정부가 50년물을 발행했을 때 쉽게 매수하기 힘든 분위기가 있었지만 우리는 BM에 따라 시스템적으로 매수했다"며 "단기 트레이딩보다는 장기 관점에서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국내채권 벤치마크는 자체지수(Customized Index)를 활용한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국내 채권 포트폴리오 규모가 281조2천억원에 달해 시장을 추종할 수밖에 없다.

국내채권 벤치마크지수 편입대상 조건은 발행시 만기 1.5년이상, 투자대상등급 'BBB+' 이상, 발행잔액 3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벤치마크 제외 대상은 주식관련채권, 사모사채, 주가연계채권(ELN), 파생연계채권(DLS), 변동금리부채권(FRN) 등이다.

김 실장은 국민연금 채권 포트폴리오를 '거함'에 비유하면서, 패시브 중심의 안정적인 운용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벤치마크 이상의 '+α'를 추구하는 위탁운용도 고위험 투자보다는 크레딧형 등 기존 스타일 투자를 유지할 예정이다.

기금본부 채권운용실은 국내 채권에 투자하며 국채와 회사채, 단기자금, 구조화채권 등 직·간접 운용을 하고 있다. 직접운용은 패시브, 위탁운용은 액티브 운용을 원칙으로 한다. 국내 채권 직접운용 금액은 지난 1분기말 기준 247조원, 위탁운용은 34조2천억원 가량이다.

김 실장은 "국민연금 채권운용은 규모 때문에 무엇보다 안정성이 중요하며, 안정성 자체를 유지하는데도 많은 인력과 자원이 들어간다"며 "국민연금이란 큰 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방향성이 중요하고 변수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에 따라 할 수 있는 투자가 다르고, 국민연금이 공제회와 채권 투자 전략을 동일하게 가져갈 수는 없다"며 "지나치게 큰 변화는 국민연금 규모로 인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 실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시장 변동 상황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하면 일정 범위 내에서 듀레이션을 조정해 시장에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는 연초부터 금리 하락세가 지속돼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급격한 금리 상승에도 전년 말 대비 채권 금리는 소폭 하락했는데, 금리 하락시 벤치마크 대비 듀레이션을 길게 유지하는 전략으로 벤치마크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다.

김 실장은 "원칙은 패시브지만 급격한 시장 변동에 따라 재량적으로 채권 투자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며 "듀레이션 조정 등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올해 초 홍역을 치뤘던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투자와 관련해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업 업황 회복 등에 힘입어 점차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 출자전환 지분도 어느 정도 손실을 만회할 것으로 봤다.

그는 "주식시장이 회복기에 있는데 대우조선 주식 거래가 재개되면 저평가된 대우조선에 대한 수요가 시장에서 있을 것이다"며 "SK하이닉스도 부침을 겪을 때가 있었는데 대우조선도 바닥을 친 상태고, 손실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신영자산운용 등에서 채권운용을 하다 지난 2008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합류했다. 기금운용본부에 온 뒤에도 국채투자팀장 등 채권운용 업무를 계속해온 '채권 부문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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