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5월 장미 대선이 끝나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많은 전문가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챙겨보라는 말을 했다. 10년간의 보수 정권이 막을 내리면서 진보정권 때 있었던 정책이 쌍둥이처럼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성장보다 분배를 우선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강남을 중심으로 형성된 부동산 거품을 없애고,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핵심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부동산에 쏠리는 자금의 방향을 바꿔 주식시장으로 흐르게 하고,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한 신산업을 키워 증시를 활성화는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예상했던 대로 참여정부 때 부동산정책의 틀을 짰던 김수현 교수가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임명되면서 전방위적인 부동산 대책이 나왔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투톱체제를 형성하면서 재벌 개혁에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정부의 다음 목표인 중소벤처기업 육성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 같다. 조직만 만들어놓고도 선장이 없어 유명무실했던 중소벤처기업부가 홍종학 장관의 임명으로 본격 출항하면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쪽에서는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코스닥을 살려야 한다"며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코스닥이 창의와 혁신이 살아있는 모험자본 조달의 산실이 되게 하겠다"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국민연금이 공식적으로 부인했음에도 코스닥에 국민연금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는 설이 끊이질 않는다.

이 때문에 최근 코스닥 시장엔 불이 붙었다.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려들고 있으며 개미들도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셀트리온, 신라젠 등 바이오 주식들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코스닥은 머니게임이 횡행하는 투기판이 되고 있다. 이쯤 되니 김대중 정부 때 있었던 벤처 활성화 정책과 코스닥 급등, 그 뒤에 불거졌던 정현준, 이용호, 진승현 게이트와 쪽박 찬 개미투자자들의 피해가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정부가 내놓은 제2 벤처 붐 조성 정책과 기술혁신형 창업 정책은 충분히 준비된 것일까, 과거의 실패를 충분히 보완해 만든 대책일까, 이번에도 머니게임의 피해자들이 쏟아져나오지는 않을까,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김수현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참여정부 때 유동성 문제를 간과했음을 인정하고 이번엔 그 점을 충분히 고민해 대책을 만들었다고 했다. 코스닥 띄우기에 나선 정책 라인은 과거 정부 때 실패한 벤처 거품과 부작용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하고 대안을 마련했는지 궁금하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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