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전략을 선보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화 강세 기조와 맞물려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도 선물시장에서는 매도 포지션을 늘리는 '헤지 전략'으로 하락장에도 일정 부분 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천억원 이상의 순매수를 보였다.

이달 중순까지 매수와 매도 균형이 팽팽했다. 균형을 깬 것은 원화 강세였다.

달러-원 환율이 1,100원선이 무너진 지난 16일 외국인은 2천800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최대였다.

다음 날인 17일에는 5천5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20일과 21일에도 각각 2천150억원, 3천910억원의 순매수를 보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 기조로 환차익 기대가 더해지며 외국인이 대량 매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이달 중순까지는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움직임이 있었으나 환차익을 겨냥한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며 수급 균형이 매수 쪽으로 기울었다는 설명이다.

달러-원 환율이 1,090원대도 무너지는 등 원화 강세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외국인 매수는 추가로 유입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다만, 이들의 움직임에 편승한 주식 매수 전략이 바람직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외국인이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선 매도 우위를 보여 최근 주식 매수가 온전한 강세 베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수선물시장에서 1만8천계약가량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1조5천20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외국인이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과 비슷한 데다, 주식 매수와 선물 매도 타이밍이 엇비슷하다는 점에서 헤지 수요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KB증권은 외국인의 선물 매도와 관련, 올해 들어 세번 째 나타난 헤지시도라고 평가했다. 지난 5월과 9월에도 대규모 선물 매도를 통해 코스피의 하락을 방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이번에도 유사한 흐름이 전개되는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의 헤지 시도는 글로벌 증시와 비교해 국내 증시가 '아웃퍼폼'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봤다.

전세계 증시의 기준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월드 인덱스는 올해 들어 17.9%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4.7% 올라 벤치마크를 6.8%포인트 웃돌았다. 코스피를 달러 표시로 환산하면 올해 수익률은 37%에 달한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벤치마크 수익률을 크게 상회한 현 상황에서 외국인의 코스피 헤지 욕구는 당연할 수 있다"며 "문제는 이달 선물시장에서 나타난 외국인 움직임이 지난 9월과 유사하게 매우 자신감에 찬 대규모 매도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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