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600조 원' 국민연금 기금의 영향력이 외환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국민연금의 환 전략이 변경됐다는 얘기가 돌면서 달러-원 환율의 하락세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국민연금이 국내 자본, 채권시장은 물론, 외환시장까지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IMF 외환위기를 맞은 20년, 국민연금은 비대해진 덩치만큼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7개 실 체제로 운용되고 있다.

운용전략실에 운용지원실과 주식운용실, 채권운용실 외에 대체투자실, 해외증권실, 해외대체실, 준법감시인을 두고 있는데, 국내 외환을 주무르는 외환운용팀은 해외증권실 산하에 있다.

연기금 관계자는 "환헤지를 하려면 매일 매일의 환 전략이 중요한데, 국민연금에는 '에이스'로 구성된 전담팀이 있다는 게 부럽다"며 "다른 연기금도 국민연금을 따라 환 노출을 결정했지만, 외환 움직임에 따른 손실을 대처할 게 없어 고민스럽다"고 말할 정도다.

국민연금의 외환운용팀은 소팀으로 있다가 2015년에 정식 팀이 만들어졌다.

김태회 팀장을 비롯한 5명이 이 팀을 관리한다. 김 팀장은 한국은행 출신으로, 외환 거래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외부 인사다. 고은영, 홍진기 등이 팀원인데, 모두 외환시장에서 잔 뼈가 굵은 인사들이다.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 외에 해외 채권 등의 환노출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해외증권실 산하에 외환운용팀을 만들었다. 환노출에 대한 위험이 커진 만큼 국민연금 기금은 데이 거래가 가능할 만큼의 탄탄한 조직을 만들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최근 달러-원 환율 하락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환 전략을 바꿨다는 일부의 얘기에 "기존 환 헤지 전략을 수정하지 않았다"며 "그동안의 스탠스가 그대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해외주식과 해외 대체투자의 경우 환 헤지 비율을 2009년 50%에서 2014년 0%로 단계적으로 이미 축소했고, 해외채권은 2018년 0% 환 헤지를 목표로 비율을 줄여나가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채권 환 헤지 금액은 146억 달러로, 헤지 비율은 4월 81.2%에서 7월 70.7%까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환 전략 변경으로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늘어나는 해외 투자용으로 달러 현물환을 적극 매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3월 말 현재 23조 원에 달하는 해외채권을 올해와 내년 100% 환 오픈을 하고, 이에 따라 연간 100억 달러 규모의 선물환 매수 물량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는 물론 달러-원 환율의 하단을 받치는 주체로 부상했는데, 최근 국민연금의 움직임이 없자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온 것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달러-원 환 전략에는 변함이 없고, 헤지를 않는 환노출을 계획대로 이어갈 것"이라며 "다만 다른 통화는 관리가 필요한 데다, 원-달러 헤지를 안 하기 때문에 스와프 등을 보고 있어서 외환시장에서 움직임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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