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연초부터 미국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 데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불거지면서, 올해 회사채 발행금액이 만기물량을 웃도는 순발행 기조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들이 시중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전에 서둘러 자금조달에 나선 탓이다. 결국, 대내외적으로 조달비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회사채 초과수요를 확보한 경우 증액 발행을 통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5조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회사채 발행액이 만기물량인 40조원보다 적은 37조원에 그쳐 약 2조9천억원의 순상환을 기록한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연초부터 금리 불안에 기업들이 선제적 자금조달에 나선 점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처음 목표했던 물량보다 증액해 발행한 경우가 다수를 차지했다. 작년의 경우 10월 말까지 증액발행 규모는 4조7천억원으로 나타났지만 올해는 증액 규모가 4조4천억원 늘어난 9조1천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경기회복과 미국 긴축 가능성으로 금리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회사채 선발행도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에 발행된 회사채 규모는 26조5천억원으로 작년 하반기보다 13조2천억원 증가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하반기 조달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어 자금을 당겨 조달해 비축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채 순발행 금액은 전체 회사채 발행량에서 차환물량을 제외한 수치다. 여기에는 운영자금이나 시설자금 용도로 조달한 자금도 집계되는 만큼 기업들의 투자 역량과도 직결된다. 일반적으로 회사채가 순발행으로 돌아섰다는 것은 기존 회사채 차환은 물론 투자용 자금조달도 확보했다는 의미다.

내년 회사채 만기물량은 올해의 44조5천억원과 비슷한 44조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순발행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반면 이러한 분위기가 내년 들어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앞서 기업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해 발행규모를 늘려왔다"면서도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만큼 현재로써는 자금조달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시장금리 상승 사이클은 국내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암시된 올해 11월부터 이미 상승세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시장의 '빅 이슈어'인 SK그룹을 중심으로 대부분 대기업이 올해 차환발행 전략을 택했다"며 "내년에는 이자 부담이 커질 경우를 감안해서 상환 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부터 큰 폭의 오름세를 거듭하고 있다. 10월 말 연 1.9% 수준이었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꾸준히 올라 전일 연 2.175%까지 상승했다. 국고채 금리의 상승 폭은 고스란히 회사채 발행기업의 이자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당장 다음달 만기도래하는 1조7천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발행시장의 조기 북클로징을 맞으면서 상환하거나 내년에 차환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말 수요예측을 실시할 예정이었던 LG전자의 경우에도 신용등급을 고려해 사모채 발행으로 돌린 것으로 안다"며 "향후 전반적으로 공모시장이 축소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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