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정부가 지난주 후반 발표한 자산관리상품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중국의 고질적인 관행인 '지급보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17일 중국 당국이 발표한 자산관리 산업에 대한 신규 규정에서 주목할 부문은 금융기관들이 상품을 판매할 때 원금과 고정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도록 한 조치다.

이는 상품이 손실이 나더라도 이에 대한 책임을 투자자들이 스스로 지도록 한 조치지만, 과연 은행들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전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평가를 인용해 어떤 금융기관도 고객들에게 손실을 떠안기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투자자들이 은행에서 자산관리상품이나 신탁에 투자할 때 원금과 함께 약정된 수익률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100% 확신한다.

SCMP는 이 같은 분위기는 중국 자산관리 시장이 15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자산관리 시장은 작년 말 기준 102조 위안(약 15조 달러)에 달하며 이중 자산관리상품(WMP)은 작년 말 기준 29조 위안으로 2010년 대비 10배 이상 늘어났다.

중국 당국은 최근 성명서에서 지급보증이 "자산관리상품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시장의 원칙을 침해하고, 도덕적 해이를 악화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중국 은행들은 아무도 먼저 나서 이를 철회하길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전망했다. 이는 투자자들을 먼저 잃게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JZ증권의 덩 하이칭 애널리스트는 만약 은행이 판매한 WMP에서 손실이 나면 기관의 명성이 타격을 입어 고객들을 경쟁사에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을 통해 판매된 WMP는 고객뿐만 아니라 은행 자신들에게도 은행 예금의 다른 행태로 간주해왔다"라고 말했다.

설사 일부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상품을 판매하기 전에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고지하더라도 결국 손실이 나면 고객들의 항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2012년 화사은행의 상하이지점이 투자자에게 판매한 WMP가 손실에 직면하자 지점 앞에 수십 명이 몰려와 투자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항의한 사례가 있다. 또 2년 뒤 공상은행의 산시 지점이 판매한 신탁 상품이 손실에 직면했을 때도 투자자들은 손실액을 돌려받았다.

중국의 한 투자자는 "계약서상 원금이나 약정수익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없지만, 은행 매니저들은 구두로 항상 원금이 100% 안전하다고 약속한다"라며 "새로운 규정이 나오더라도 상황은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오리엔트자산관리의 우 칭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투자자들은 자산관리상품을 "무위험상품"으로 간주한다며 만약 "지급보증이 사라지면 은행들은 WMP를 판매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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