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최근 한 은행이 임직원에 대한 대출 한도를 상향해달라고 금융당국에 건의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A 은행은 금융위원회에 은행의 임직원에 대한 대출 종류와 대출 한도 제한이 역차별에 해당한다며 이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은행은 은행법과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라 임직원에게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 등 일반자금 대출 한도를 최대 2천만 원까지로 제한한 상태다.

전세자금 등 주택자금대출은 5천만 원까지 가능하다. 다만 앞서 빌린 일반자금 대출이 있다면 이를 포함해 한도를 책정한다.

직원이 낸 금융사고와 관련해 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을 경우엔 사고금정리대출을 통해 6천만 원까지 빌릴 수 있지만, 이 역시 모든 대출 한도를 포함한 규모다.

사실상 은행 임직원이 자신의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최대 대출 한도는 5천만 원인 셈이다.

물론 예금이나 적금, 신탁, 또는 주거용 부동산 등을 담보로 제시할 경우엔 이에 따라 한도가 늘어난다.

하지만 담보 없이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연말이나 이사철 등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 때에는 은행 임직원들은 다른 은행의 대출을 알아보기 바쁘다.

덕분에 금융업계 임직원 전용 대출 상품 'NH금융리더론'을 출시한 농협은행이 은행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은행과 금융공기업, 신용보증기관에서 정규직으로 3개월 이상 근무한 직원이라면 3.04~4.24%(신용등급 1등급 기준) 수준의 금리로 최대 2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출시한 이 상품은 현재 대출잔액만 2천640억 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도 최대 1억5천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금융전문인 우대대출 상품이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이 선보이는 특정 직업군에 대한 대출 상품을 차치하고서라도 은행 임직원에 대한 대출 한도나 규제의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게 은행권의 중론이다.

해당 규정이 지난 1998년 4월에 마련된 것을 고려하면 약 20년간 대출 한도가 동결된 셈이기 때문이다.

은행이 임직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 조합 등 다른 금융권도 꾸준히 임직원 대출 한도를 상향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금융위는 은행 임직원이란 이유로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 행위가 자칫 사회적인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어 임직원에 대한 특혜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 금리가 10%에 달했던 과거에는 임직원 대출을 1~2% 수준의 금리로 낮게 제공했던 적이 있지만, 현재의 임직원 대출은 일반 대출과 동일하게 취급한다"며 "지난 20년간의 물가상승률, 은행의 건전성 개선 수준만 고려해도 대출 한도만이라도 상향 조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한도를 초과하는 대출은 행원이란 이유로 다른 은행에서 오히려 비싸게 받게 되는 경우도 많다"며 "은행 직원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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