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올해 국내 캐피탈사의 실적이 엇갈렸다. 금융지주 계열 회사들은 순이익이 큰 폭 상승하며 호시절을 구가했지만, 기업계 회사들은 한파를 맞았다.

은행계 캐피탈사들이 지주사를 배경으로 한 자금 조달 경쟁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결과로 풀이되다.

◇3분기까지 실적 KB 34% 증가…아주는 42% 감소

23일 캐피탈업계에 따르면 KB캐피탈을 필두로 주요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KB캐피탈의 경우 3분기까지 당기 순이익이 1천4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이상 급등한 수준이다.

JB우리캐피탈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가량 늘어난 602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3분기까지 올렸다. JB우리캐피탈의 경우 당기 지주사의 BIS자기자본비율 이슈로 자산 규모가 지난해 말 6조8천억 원가량에서 올해 3분기 말에는 6조2천억 원가량으로 줄었지만, 순이익은 증가 기조를 이어갔다.

금융지주 계열 중 자산 규모 3위인 하나캐피탈도 순조로운 경영 성과를 거뒀다.

하나캐피탈의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69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00억 원보다 15% 증가했다.

반면 기업계 캐피탈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주캐피탈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389억 원에 그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 675억 원보다 42% 넘게 급감했다.

아주캐피탈은 올해 상반기 우리은행이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웰투시인베스트먼트에 인수되며 우리은행 계열 편입 가능성이 커졌지만, 아직 본격적인 실적 개선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캐피탈업계의 터줏대감인 현대캐피탈도 고전했다. 현대캐피탈의 3분기까지 순이익은 2천268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8%가량 감소했다.

롯데캐피탈도 올해 3분기까지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줄어든 994억 원가량에 그쳤다.

◇은행계 조달 경쟁력으로 공격 경영

은행계 캐피탈사들이 약진하는 배경으로는 조달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영업이 꼽힌다.

같은 AA- 신용등급인 KB캐피탈의 경우 원화 장기차입(공모사채 기준) 금리가 1.45%에서 3.54% 사이지만 롯데캐피탈은 원화 장기사채의 금리가 1.7%에서 5.2% 사이에 분포했다.

낮은 조달금리를 바탕으로 신차는 물론 중고차 할부금융시장에서도 공격적인 경영이 가능했던 셈이다.

KB캐피탈의 경우 중고차 매매 중개 사이트인 'KB차차차'의 흥행을 바탕으로 중고차 할부 시장 공략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반면 기업계의 경우 현대캐피탈을 제외하면 은행계와 조달금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캐피탈의 경우는 모그룹인 현대·기아차의 국내 판매 감소의 여파가 실적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롯데캐피탈 등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곳의 경우 올해 들어 강화된 가계대출 억제 규제의 영향도 크게 받았다.

캐피탈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중저가 수입차도 많이 늘면서 현대캐피탈 등 기존 대형 캐피탈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향후 금리 인상기 조달금리 경쟁력도 고려하면 은행계 캐피탈사들의 상대적인 실적 호조가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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