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윤시윤 기자 = 기획재정부가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주로 활동하는 투자자를 '투기세력'이라 칭하며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기조적인 원화 강세 흐름을 이용해 변동성을 확대하지 말라는 취지다. 런던과 뉴욕시장은 물론 서울외환시장에서 숏플레이 중심으로 달러를 매도하고 있는 헤지펀드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참가자들은 기재부의 발언이 다소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NDF 시장에서 급하게 밀린 달러-원 환율은 투기적 움직임이 아닌 주식자금이나 롱스톱으로 생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눈치 탓에 실물량 개입이 어렵고 구두개입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소 과격한 단어를 우발적으로 선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23일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우즈베키스탄 비즈니스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역외 투기세력들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달러-원 환율이 1,080원대까지 밀려 내려가는 등 급격하게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는 와중에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

해당 발언 이후 달러-원 환율은 1,086~1,087원대에서 1,090원대로 조금 올랐지만, 추가 상승하는 데는 한계를 노출했다.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인, 강경 발언에 이은 당국의 실물량 개입이 뚜렷하게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환율 상승은 숏커버 물량으로 추정됐다.

기재부 고위관계자 발언이 정부 계획에 의해 가다듬어진 것은 아니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최근 달러-원 환율 하락세를 역외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기재부가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고 시장참가자들은 꼬집었다.

물론 역외 투자자들의 숏 플레이가 없지는 않지만, 특별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만큼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다는 것이 시장참가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 21일 런던 NDF 시장에서는 오후 6시 코스피 동시호가 시간대에 3천300억 원이 넘는 주식자금이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환율이 밀린 바 있다.

또 전일 장중에는 기재부의 환율 방어의지에 기댄 롱 포지션이 마감 시간에 임박해 롱스톱으로 정리됐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이 좋아서 외국인 자금이 들어왔는데, 투기세력이라 한 것은 잘못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현재는 역내외에서 롱 포지션을 가진 곳이 오히려 더 많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도 "달러를 팔면 투기세력이고, 달러를 사면 애국자라는 말이냐"고 반문한 뒤,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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