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강수지 기자 = "저도 틀렸네요. 통화정책과 환율 전반을 이해하고 있어도 풀까 말까 한 국어문제입니다."

"지문 하나 푸는 데 14분이나 걸렸네요."

23일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 지문을 접한 한국은행 직원들의 후기다.

수능 국어영역 지문에 통화정책과 관련한 문제가 등장하면서 한국은행 직원들의 수능 문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한은 직원들이 관심을 가진 문항은 국어영역 홀수형 기준으로 27~32번이다.

이 지문은 정부의 정책 수단과 물가 경직성 및 환율의 관계에 대한 설명으로 구성돼있다.

지문을 접한 한은 직원들은 지문의 난이도 자체가 대학교 2학년 이후 전공과목에서 다룰법한 쉽지 않은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지문은 '돈 부쉬(Rudiger Dornbusch)'의 오버슈팅이론에 대한 설명이다. 오버슈팅이론은 환율의 변동성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이론 중 가장 대표적인 이론이다.

오버슈팅은 경제에 어떤 충격이 가해질 때 단기적으로는 장기균형수준에서 크게 벗어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장기균형수준으로 수렴해가는 현상이다. 이 모형은 이자율평가설과 구매력평가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합리적 기대를 한다고 가정한다.

한은 직원들은 이 이론이 국어영역에 등장한 것을 매우 놀라워했다. 일부 직원은 지문을 읽으면서 "국어영역이 맞느냐"고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지문을 충실하게 본다면 문제를 푸는 것 자체에는 무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한은 직원들은 평가했다. 다만, 고등학생이 접하기에는 '물가 경직성', '구매력평가설' 등 생소한 용어들이 수두룩하게 나오면서 난이도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은 직원들이 느끼기에는 29번과 30번 문제가 수험생 입장에서 가장 까다로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경제학을 전공한 한은 직원들에게 나라 간 자금유입에 따른 환율 변동성에 대한 설명을 언급한 29번과 오버슈팅이론을 그래프로 표현한 30번 문제는 오히려 쉬운 편이었다고 평가했다.

한 한은 직원은 "돈 부쉬의 오버슈팅이론이 국어영역 지문에 나올 것으로 생각한 수험생이 몇 명이나 됐을지 모르겠다"며 "문과계열에서 경제를 접하지 않았던 수험생이라면 지문 자체가 생소했을 것이고, 지문의 난이도 자체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다른 한은 직원은 "경제학에서도 전공과목에 속하고, 약 2주에 걸쳐 강의를 들어야 알 수 있는 내용이다"며 "지문이 긴 데다 내용이 농축돼 있어서 읽는 시간 자체가 너무 오래 걸렸다"고 가벼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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