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동안 정부는 중국에 이어 캐나다와도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며 대대적으로 대국민 홍보에 나서며 고무돼 있었다.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월 기준금리를 당연히 올려야 한다는 식의 시장 시그널을 계속 내놓고 있다.

그러나 환율은 떨어지는 것이 달갑진 않다. 아마도 현재 외환당국(기획재정부·한은)의 속마음이 그럴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환율은 수급과 심리에서 올라갈 이유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환율이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1,080원대)로 떨어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올해 경상수지는 수출 회복 등에 기대 최대 흑자폭을 기록할 전망이고, 주식시장에는 외국인 자금이 밀려 들어오는 데 무슨 수로 환율 하락(원화 강세)를 피할 수 있단 말인가.

여기에다 통화스와프로 달러 파이프라인을 늘려 놓고 있고, 금리도 조만간 인상한다는 데 환율이 안 떨어진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 시점 달러화의 방향이 아래쪽인 것만큼은 당국이나 시장이든 모두 인정해야 한다.

문제는 최근 환율 하락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데 있다.

그런데도 외환당국은 시장에다 최근 환율 급락에 대해 경고성 시그널을 보낸다거나, 실개입을 하는 데 도무지 자신이 없다.

환율 하락 속도가 가파를 경우 우리 시장과 경제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당국이 나서서 이를 제어하거나 속도 조절하는 것은 주어진 책무인데도 과감히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를 대놓고 얘기하자면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외환당국은 미국으로부터 환율 조작국이라는 낙인이 찍힐까 봐, 아니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환율 문제를 들고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가 더 큰 걱정인 거 같다. 즉 시장 안정의 가치보단 다른 문제로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는 얘기다.

이렇게 손발이 묶인다면 우리 외환당국은 환율 주권 자체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해도 무방하다. 설사 이러한 지적을 당국이 못마땅히 여기고, 부인한다고 해도 시장이 그렇게 믿으면 그만이다.

그렇다 보니 투기세력은 환율을 아래쪽으로 밀어붙여도 두려울 것이 하나 없다. 현재로써 시장에서 롱플레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당국이다.

당국이 급경사를 타고 내려가는 환율을 반대로 올려 꺾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인식이 믿음으로 굳어진다면 환율 하락에 베팅한 세력은 눈덩이처럼 더욱 커질 것이고, 뒤늦게 이를 바로 잡으려면 그 비용은 배가 될 것이 뻔하다.

외환시장의 개입도 엄연한 당국 정책 중 하나다.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려는 것이 아니라 투기세력으로부터 우리 경제 주체를 온전히 보호해야 하는 데 미국의 눈치가 더는 중요하지 않다 점을 당국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책금융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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