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채권 수익률 곡선(커브)이 경기 선행 지표의 역할을 크게 잃고 있다는 지적이 확산하고 있다. 장단기 금리 격차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글로벌 경기 회복세 역시 견고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24일 미국 국채시장에서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격차는 58bp까지 떨어지며 지난 2007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채권 커브는 오랜 기간 향후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핵심 바로미터였다.

많은 시장 참가자들은 현재의 커브 플래트닝이 과거의 플래트닝과는 다른 것으로 평가한다.

지난 10년 동안 이례적인 경제 여건에 따라 커브가 움직였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물가 상승 압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주요 중앙은행의 긴급 조치와 임금 상승 압력이 없는 실업률 하락, 극히 제한된 변동성 속에 오르는 주식시장 등이 대표적인 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금리 격차를 보인 지난 2007년 당시는 금융위기 불안감이 고조되던 때다. 2008년의 시장 붕괴 현상이 현 시점에서 재연될 것이란 관측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006~2007년에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기도 했다. 수년간 급등한 주택가격은 지속불가능한 수준으로 높았고, 각종 증권상품은 금융시스템 전반에 리스크를 키우던 때였다. 공격적인 레버리지 속에 주가도 급등했었다.

현재는 경기 둔화에 대한 뚜렷한 징후가 없어 채권 커브 역시 기존의 경제학적 의미를 크게 잃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의 탄탄한 경제 성장 전망에도 국채 10년물 금리가 크게 오르지 못하는 것은 꾸준한 장기채 수요 때문으로 평가됐다.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미국 국채에 수요가 몰리는 셈이다.

미국 내 인프라 지출 및 감세 정책에 대한 기대가 크게 후퇴한 점도 커브를 평탄화하는 요인이 됐다.

이달 들어서는 미국의 내달 기준금리 인상 관측 속에 2년 국채금리가 빠르게 올라오기도 했다.

웰스파고자산운용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멀티섹터 전략 헤드는 "글로벌 경기는 동시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모두가 그것을 안다"며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경기 둔화가 아니라) 회복세가 얼마나 지속하느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커브 플래트닝이 심화하지만, 투자자들은 경기 둔화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채권 커브가 나타내는 경기 신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심화하는 커브 플래트닝은 연방준비은행(Fed·연준)의 과도한 긴축 전환에 따른 위험 징후라는 분석도 나온다.

PGIM 픽스드 인컴의 마이클 콜린스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이 연준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계속한다면 커브는 더욱 평탄화될 것이고 주식 매도세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 경제도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커브가 역전됐던 지난 여섯 번의 기간에 다섯 번은 경제가 1년 내로 침체 단계로 들어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국채시장 참가자들은 당분간 추가적인 플래트닝에 베팅하고 있다"며 "목표치를 밑도는 물가 상승 압력을 감수하면서도 연준이 금리인상을 고수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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