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최진우 기자 = 대우건설 매각이 한중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인수 적격후보(숏-리스트)군이 국내 1곳, 중국계 2곳으로 파악됐기 때문인데 최종 인수후보자 결정에 따라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됐다.

24일 중국계 사모펀드(PEF)인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가 대우건설 인수 적격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며 최종 매각 양상은 중국 건설사인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 등 중국계와 국내 건설사인 호반건설이 부딪히는 한중전 구도를 띠게 됐다.

PAG는 국내 제조업 인수합병(M&A)에 참여한 이력이 있고 계열사인 시큐어드캐피털을 통해 국내 오피스 등 부동산 투자에 관여하며 상당한 정보를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한 정확한 동기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PAG를 이끄는 수장인 웨이지안샨이 과거 뉴브리지 캐피털에서 제일은행을 인수해 큰 이익을 본 경험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CSCEC의 의지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국내 건설업계 인사를 영입한 데다 한국 사업을 담당하는 7국이 아닌 상하이의 6국에서 직접 대우건설 인수문제를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기준 자산 195조원, 매출 164조원, 순이익 2조7천억원을 올린 CSCEC는 중국 상하이 월드파이낸셜센터, 홍콩 인터내셔널 커머스센터, 중국 베이징 워터큐브 수영장, 두바이 팜 주메이라 등 건축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드림타워, 정동진 차이나드림시티 등 주로 중국 자본이 투자한 사업장의 시공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중국 자본의 국내 투자가 확대될 것을 대비해 CSCEC가 대우건설 인수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우건설이 해외에 매각되면 국내 건설업계는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CSCEC가 인수하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확보한 건축분야 외에 대우건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플랜트, 토목분야까지 사업영역을 넓히게 된다.

PAG가 최종 인수자로 결정되면 사모펀드의 특성상 수년 내 재매각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국내 사업부와 해외 사업부가 분리 매각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건설업계 일각에서 호반건설의 인수에 지지를 보내는 배경이기도 하다.

마침 호반건설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국내 주택시장 호황을 바탕으로 시공능력평가순위 13위까지 수직상승했지만 정부의 강력한 주택가격 안정정책으로 과거와 같은 호황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사업 경험이 없는 호반건설이 매출의 절반을 해외에서 올리는 대우건설을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 변수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만 놓고 판단한다면 해외 인수가 바람직하다"며 "일부에서는 기술유출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건설·플랜트 쪽 기술을 반도체와 동일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러 가지 관측이 있겠지만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누가 얼마를 써내느냐는 것"이라며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주식을 시장가에 매각하겠다고 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이 나오지 않는다면 무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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