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올해 환포지션을 노출하면서 해외투자에 나선 기관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에서 20%를 벌었다면 5% 이상 환차손으로 까먹는 셈이죠. 환노출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서 대세인 건 맞지만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손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한 외은지점 고위관계자)

"인도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고 나서 인도 주식이 30%나 올라 좋아했는데 달러-원 환율이 내려서 불과 며칠 만에 5%의 환손실이 생겼어요. 환율이 더 하락하면 마이너스가 더 커질 것 같습니다"(고양시의 한 개인투자자)

연말이 다가오는 시점에 달러-원 환율이 급락하면서 올해 해외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해외투자 열풍이 불면서 수익을 내 왔지만 원화 강세의 충격이 환손실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 해외 증권투자, 외국인투자의 10배…수익은 비슷

3분기의 해외투자 수익은 달러-원 환율 하락세가 시작되기 전임에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23일 한국은행의 '2017년 9월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 자료에 따르면 3분기중 대외금융자산(대외투자)의 증권투자에서 비거래요인 증가폭은 88억달러였고, 같은 기간동안 대외금융부채(외국인투자)의 증권투자 비거래요인 증가폭은 90억달러였다.

3분기중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 채권에 투자해서 벌어들인 비거래요인(거래 이외의 가격 및 환율 변동) 수익이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 채권에 투자해서 벌어들인 비거래요인 수익보다 적었다.

하지만 증권투자 규모는 국내투자자의 해외 증권투자가 외국인 투자 규모의 10배에 달한다.

3분기 대외금융자산에서 증권투자 항목은 272억달러 늘어난 반면, 외국인투자인 대외금융부채의 증권투자는 25억달러 증가에 그쳤다.

주요국 주가와 환율 변동률을 비교해보면 3분기중 우리나라 주식투자 비중이 제일 높았던 미국의 주가 상승률은 4.9%, EU는 4.4%, 중국은 5.3%, 일본과 홍콩은 1.6%, 6.9%, 브라질은 18.1%다. 한국 코스피 상승률은 0.1% 수준이었다.

3분기 환율은 EU, 중국, 브라질 등 각국 통화가 달러 대비 절상됐고, 원화는 0.6% 절하됐다.

한 한은 관계자는 "해외투자 한 걸 보면 해외 주가는 올랐지만 다른 나라 통화가 절상되면서 달러환산액 면에서 환차손이 반영됐다"며 "반면,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규모는 작았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외국인 비중이 높은 주식이 많이 오르면서 수익이 났다"고 설명했다.

◇비과세 해외펀드 연말 인기몰이…해외펀드 투자자는 환차손 걱정

해외 주식, 채권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도 환율 그래프를 보는 심경이 편치 않다.

환헤지 없이 그대로 환전돼서 투자하는 경우 해외 주식에서 수익이 나도 달러-원 환율이 급락하면 환차손이 불가피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해외주식형 펀드 순자산은 전월말대비 1조1천억원 증가한 19조4천억원, 해외채권형 펀드 순자산은 전월보다 3천억원 감소한 11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

특히 글로벌 증시상승 및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의 판매 증가로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많았다.

해외주식형 펀드 비과세 혜택(15.4%)이 올해 12월29일로 종료되면서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 계좌를 개설하려는 투자자들은 더욱 많아졌다.

한 은행 외환딜러는 "환헤지 없이 해외투자에 나설 경우 해외 주식이 좋고, 그 나라 통화도 강세면 이익이 겹으로 나지만 해외 주식이 나빠지고, 원화 강세가 겹치면 손실도 그만큼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며 "국민연금 등과 같은 기관투자자는 물론 해외펀드 투자자도 환리스크를 관리하지 않는다면 수익의 대부분을 환율로 뱉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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