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HSBC는 한국은행이 가계 부채를 고려해 느린 속도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HSBC의 제임스 리 이코노미스트는 2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 몇 년 동안 가계 부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도 "여전히 가계의 3분의 2가 변동 금리로 대출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때문에 한은의 금리 정상화로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채무 부담 가중은 가계 소득 증대로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상충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한은의 금리 인상이 점진적일 것이라며 고용 시장이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소비 성향이 낮아 민간 소비도 성장에 제한적인 영향을 주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리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여러 측면에서 1980년대 말 일본을 떠올리게 한다"며 "정책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가계의 차입이 늘어나는 것이 가장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리 이코노미스트는 "자산 버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도 "한국의 주택 가격은 일본과 달리 가파르게 오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소득 대비 주택 가격과 주택의 실질 가격이 지난 10여 년 동안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리 이코노미스트는 가계 부채 급증을 한국의 주요 거시경제 리스크로 꼽으면서도 "가계가 보유한 자산으로 채무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고소득 가계에 대출이 집중돼있어 시스템에 가해지는 위협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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