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국내 헤지펀드의 강자로 군림하던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투자 판단 착오로 고객들에게 반성문까지 쓰게 됐다. 일부 바이오 종목에 대해 매도 포지션을 취한 게 화근이 됐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한 자문 고객들에게 최근 수익률 부진에 대한 해명과 향후 대응방안을 담은 일종의 '반성문'을 보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신한금융투자 ARS(Absolute Return Swap·절대수익추구형스와프) 등과 자문계약을 맺고 있다.

타임폴리오는 ARS를 통해 지난 10월 중순 경기민감주에 대한 롱 포지션을 늘리고, 제약바이오, 게임 등 성장주에 대한 숏 포지션을 늘렸다. 특히, 일부 바이오 종목에 대한 투자 열기가 비이성적이라는 판단하에 신라젠,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에 대한 숏 포지션을 확대했다.

그러나 이후 한 달 넘게 제약·바이오 등 성장주에 대한 쏠림은 지속했고, 투자 손실로 이어졌다.

이달 들어 주요 바이오 종목은 급등세를 연출해, 신라젠은 이번 달에만 60% 가까이 뛰었고, 셀트리온도 20% 이상 상승했다.

타임폴리오는 고객에 보낸 글에서 "신라젠이 급등세를 이어가며 초기 포지션보다 비중이 더욱 커지게 됐고 숏 표지션의 수익률 악화로 이어졌다"며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방안에 따라 추가로 수익률이 하락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 일부 포지션은 청산했다. 그러나 해당 종목 급등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적극적인 운용은 거의 하지 못하고 채권 만기만 기다리는 실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타임폴리오가 신라젠에 대해 매도 포지션을 잡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지난주 한때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소동을 겪기도 했다. 자신이 보유한 종목에 대해 숏 포지션 자문을 했다는 데 신라젠 주주들이 분노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창립 이후 한 번도 마이너스(-) 월간 수익률을 낸 적이 없다는 타임폴리오의 명성에 흠집이 생길 위기"라며 "이달 코스닥 등이 활황을 보여 손실을 낸 운용사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플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임폴리오는 지난 5월 헤지펀드 소프트클로징(잠정 판매중단)에 돌입했으나 이달 추가 자금 납입을 허용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헤지펀드 운용에서도 ARS와 유사한 전략을 취했을 가능성이 커, 자금을 추가로 조달해 운용 버퍼를 늘리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추측도 내놨다.

타임폴리오는 "시장 되돌림을 기다리기보다는 향후 며칠간 전반적인 운용 계좌의 포지션을 줄이는 과정을 진행할 것"이라며 "포지션 축소 후 수익률이 안정되면 각각의 상황에 맞게 전략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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