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SK그룹이 당초 예상과 달리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서 '역전승'을 거두면서 최태원 회장의 상생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바는 21일 열린 이사회에서 SK하이닉스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 등이 포함된 '한미일'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미일' 연합군은 약 20조원가량의 인수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SK하이닉스가 확보하게 될 지분은 전체의 15%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은 지난 4개월간 끊임없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초기에는 검찰 수사가 집중되면서 최 회장의 운신 폭이 제한됐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격에 SK하이닉스의 인수전 포기를 점치는 시각도 늘어났다.

그러나 최 회장이 '상생'을 키워드로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임한 점이 결국 판을 뒤집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말 "SK하이닉스에 도움이 되고 기존 반도체 고객들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도시바와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아보겠다"면서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출국금지가 해제된 이후에는 SK의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을 대동하고서 곧바로 일본을 찾을 정도였다. 현장 방문 없이는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당시 최 회장은 "단순히 기업을 돈 주고 산다는 개념을 넘어 조금 더 나은 개념에서 접근해 볼 계획"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일본 방문에서 도시바 메모리의 투자와 고용지속 등의 문제뿐 아니라 우호적인 협력관계 지속을 위한 논의를 집중적으로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인수전을 둘러싼 상황은 여전히 '안갯속'이었다. 이달 초만 해도 브로드컴이 우협에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돌았다.

인수전이 날이 갈수록 과열 양상을 지속한 데 더해 첨단기술 유출을 우려한 일본 정부의 '급제동'에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의 입지도 크게 좁아졌다.

이렇다 보니 KKR과 일본 산업혁신기구, 정책투자은행 등이 참여한 '미일' 컨소시엄'의 우세를 예상하는 시각도 많았다. 그러나 최 회장은 막판 '미일 연합'에 합류하는 카드를 제시하며 전체 판세를 뒤엎는데 성공했다.

과욕보다 실속을 챙기는 전략이 기존 '미일' 연합과 제휴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인수에 따르는 막대한 자금 부담은 물론 배타적인 일본 정서를 극복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한편,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이 성과를 내면서 SK그룹의 3D 낸드플래시 사업도 '순항'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11.4%로, 삼성전자(36.7%)와 도시바(17.2%), 웨스턴디지털(15.5%)에 이어 4위를 나타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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