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국내 운용사 숫자는 2년 사이 2배가량 늘고 전략도 다양해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전히 선진 헤지펀드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헤지펀드 춘추전국시대에 이구동성으로 지목되는 문제는 소규모 펀드와 운용사의 난립이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한국형 헤지펀드는 700여개가 넘는다. 이 중 신생 운용사의 헤지펀드는 설정액이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펀드가 허다하다.

25개 운용사의 경우 보유 펀드 중 설정액이 100억원을 넘긴 펀드가 하나도 없다. 전체 운용사의 8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소규모 운용사가 다수 생겨난 이유는 금융 당국이 전문사모집합투자기구(헤지펀드)를 등록제로 바꿔주면서 일정한 인적·물적 요건만 갖추면 회사를 세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운용사의 양적 팽창으로 헤지펀드 운용 전략과 상품이 다양해졌다는 점은 제도 개편의 순기능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투자자 혼란이 가중되고 오히려 운용사의 생존이 어려워졌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사모펀드에 가입할 수 있을 정도의 자산가는 한정돼 있는데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개별 운용사들이 쪼개 가져갈 수 있는 파이가 줄어들었단 의미다.

A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판매사 입장에서 보면 기존 운용사의 상품도 다양해지고 새로운 전략도 많이 등장했는데 소규모의 신생사가 새로 상품을 들고 오면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며 "이런 운용사들의 1~2년 후 생존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운용 수익률이 높더라도 만약 경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회사가 문이 닫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로 일각에서는 운용사의 진입만큼 퇴출도 쉬워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재는 자기자본이 최소영업자본액에 미달하거나 라이선스 취득 후 6개월 이내에 펀드 수탁고가 없으면, 6개월 이내에 영업하지 않는 경우 등에 한해서 당국의 퇴출 딱지를 받는다.

B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기존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 등 입·퇴출 제도가 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며 "이럴 경우 수년 후에도 잘 하는, 잘 되는 운용사는 합병을 통해 더욱 확대되고 소규모 운용사도 자연스럽게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당국의 운용 전략 가이던스가 보다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있었다.

현재도 펀드 운용 전략을 이전보다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국내 P2P를 기초자산으로 담을 수 없으나 외국의 P2P 상품은 된다는 등의 제한이 여전히 남아 있다.

C 헤지펀드 운용사 임원은 "사모펀드의 다양성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정확한 가이던스를 주길 바란다"며 "그 이외의 다양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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