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진입 규제를 완화해준 지 약 2년이 지난 가운데 자산운용업계는 회사와 종사자 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양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다.

28일 금융투자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자산운용사의 수는 194개로, 2년 전(87개)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증가한 운용사는 대부분 전문사모집합투자기구(사모펀드 운용사)로, 금융당국이 지난 2015년 10월 사모펀드 운용사를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는 등 진입 규제를 완화해 준 영향이 크다.

금투협에 따르면 규제 완화 초기에는 기존 투자자문사가 운용사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자문사에서 전환하는 곳보다 새로 창업하는 신규 업체의 수가 더 많아지고 있다.

기존 주식, 채권 투자 외 특정 분야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특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레스자산운용은 대체투자를 전담하는 운용사고, 피데스자산운용은 베트남 투자를 전문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새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업체가 크게 늘면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자산운용 등록·심사 전담반을 만들기도 했다. 운용사 등록·심사 관련 인원을 확충해 업무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담반 구성 이후 약 80여건의 안내 심사가 진행 중이며, 현재 접수된 건은 올해 말까지 심사를 완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운용사가 많아지면서 고용자 수도 덩달아 증가했다. 은행과 증권, 보험사 등 주요 금융권 종사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종사자 수가 늘어난 것은 자산운용업계가 유일하다.

지난 9월 말 기준 자산운용업 임직원은 7천80명으로, 규제 완화 전인 2015년 9월 말(6천578명)보다 502명 늘었다.

펀드 규모도 급격히 증가했다. 사모펀드 수탁고는 지난해 8월 공모펀드를 처음으로 추월한 이후 계속 공모펀드를 앞지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사모펀드는 전분기보다 11조원(4.2%) 늘어난 271조원을 기록, 공모펀드(223조원)보다 48조원 더 많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양적 팽창 속 업계 양극화가 심해지는 등 부정적인 면도 나타나고 있다.

수탁고가 1조원을 넘는 운용사도 생겼지만,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곳들도 있다. 이 때문에 자본금을 대부분 소진하고 청산절차를 밟는 운용사도 조만간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다.

금투협 관계자는 "규제 완화 후 약 2년이 지난 만큼 경쟁에서 도태되는 운용사들이 나올 수 있다"며 "이런 경쟁과 도태의 과정은 산업을 튼튼하게 하는 불가피한 '자연선택'의 과정으로서 일종의 성장통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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