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지난 14일 오후 3시 20분께. 한국은행 홈페이지에는 다음날 예정된 기획재정부의 국고채권 바이백 취소 공지가 떴다.

서울채권시장은 날벼락을 맞은 듯 순식간에 혼란에 빠져들었다.

도대체 왜 하루 전에야 급작스럽게 취소를 해야 했는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조차도 없었다.

정부의 핵심 국가기관이자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국고채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기재부 국채과는 "국고채 전문딜러(PD) 간사에게 사전 통지했다"는 궁색한 변명만 내놨다.

당장 시장에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실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고, 신뢰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해 불에 기름을 부었다.

시장 불안을 최소화해야 할 정부가 지나칠 정도로 무신경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채무자(정부)가 채권자(시장)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며, 시장 무시가 도를 넘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바이백 취소는 채권 가격에도 결국 영향을 줬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보유 물량을 정리하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해 오던 기재부의 그간의 스탠스가 한순간에 무너진 참사였다.

이런 와중에 기재부가 이번에는 외국 정보제공업체를 홍보하는 데 국가자산을 함부로 써 빈축을 사고 있다.

기재부 국채과는 28일 미국의 블룸버그가 운영하는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공시하는 국고채 티커(Ticker)의 영문표기를 NDFB(National Debt Financing Bond)에서 KTB(Korea Treasury Bond)로 변경한다는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그러면서 외국인의 국고채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며, 국고채의 국제적 위상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기재부가 이날 낸 보도참고자료는 해당 업체가 고객들에게 공지를 통해 알려도 될 정도의 내용이다.

정부 기관이 직접 나서 이렇게까지 홍보를 해 주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국고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것이란 설명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그간 표기가 달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고채 투자를 하지 않고, 국고채의 위상은 바닥이었느냐는 질문을 하게 된다.

시장을 뒤집어 놓을 때는 무신경할 정도로 소통과 설명도 없던 기재부가 '국제적 위상 강화'라는 모호한 레토릭으로 사(私) 기업의 홍보에만 집착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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