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으로 한동안 침체국면에 빠져 있었던 이동통신업계가 미국의 망 중립성 원칙 폐기 등 우호적인 이슈가 쏟아지면서 훈풍을 맞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하반기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통신주들이 호재를 타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8일 통신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다음달 14일 기존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는 안을 최종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현재 FCC 위원 다수가 망 중립성 정책 폐지를 주장하는 공화당 인사인 점을 감안하면 폐기안 통과가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망 사업자(ISP·통신사)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015년 인터넷망을 공공재로 간주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전송 속도나 이용료를 차별하지 못하게 했다.

이런 정책변화는 인터넷망을 운영하는 이동통신사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무엇보다 데이터 트래픽 증가로 망 투자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망 사용료로 수익 확대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인터넷·콘텐츠 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망 사용료가 늘어나면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입장 차이는 국내 통신·포털업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미국의 망 중립성 폐기를 내심 반기는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업체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우리나라에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이 존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망 중립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국내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많은 국가가 미국의 통신정책에 큰 영향을 받아왔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번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통신·포털업계 안팎에서는 미국 FCC의 망 중립성 폐기안이 발표된 이후 이와 관련된 논쟁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망 중립성 폐기가 단기적으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제로레이팅 등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로레이팅이란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사와 제휴해 소비자 대신 데이터 비용을 부담하고 콘텐츠를 이용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통사들은 해지율을 낮출 수 있고 부가 수익도 올릴 수 있어 제로레이팅 도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이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의 제작사 나이언틱과 제휴해 무료 데이터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 국내에서는 대표적인 제로레이팅 성공 사례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도 망 중립성 논란 확산이 통신사들의 주가와 사업 확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통신기준을 벤치마킹해던 점에서 국내에서도 망 중립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며 "논란이 커지는 것 자체가 통신사에게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망 중립성 원칙이 폐기되면 통신사는 망 사용료 수익을 확대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며 "통신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를 명분으로 인터넷 사업자와의 협상력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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