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연말을 앞두고 세계 주요 금융회사들이 거래를 접는 상황에서 미국 국채의 기간물별 금리 차이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10년과 2년 만기 국채 금리 격차가 0.58%포인트까지 좁혀지며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10년 전이면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오기 직전이다.

올해 초만 해도 두 만기 물의 금리 차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함께 커진 성장 가속화 희망으로 1.2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미 국채의 만기별 금리를 종이 위에 점으로 찍고, 선으로 이으면 우상향의 곡선이 그려진다. 이 곡선의 기울기는 장단기 금리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 차이가 크면 곡선이 서고, 반대면 눕는다.







<그림 설명 : 미 국채 수익률 곡선 분홍색(2017년 11월 28일 기준)

, 녹색(2016년 11월 28일)>



요즘 미 국채의 문제는 후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물 금리는 12월 기준금리 인상 기대 등에 반응하고 있다.

반면 성장과 물가에 예민한 장기물 금리는 경기 호전과 달리 물가 지표가 잠잠하면서 오르지 않는다. 장기물은 되레 금리가 내린다. 지정학적 불안과 미 재무부의 국채 발행 방식 변경 등으로 매수세가 강해져서다.

미 국채 수익률 곡선 평탄화의 피해는 외환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수익률 곡선은 가팔라졌고, 달러는 이에 편승해 강세를 보였지만 이제 주춤해진 상태다. 앞으로 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진다면 달러에 무거운 하락 압력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경쟁자가 약해지면 상대편은 좋기 마련이다. 둘 다 물가가 부진하다는 공통점에도 미국과 유럽은 성장 잠재력에서 다른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미국은 경기 확장 주기 후반에 있지만 유럽은 이제 경기 호전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수익률 곡선 평탄화는 뉴욕 증시와 은행들의 수익성에도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 미국 은행들의 수익성 지표인 예대금리차는 수익률 곡선의 그림자와 같다. 주로 단기로 자금을 빌려서 장기로 고객에게 대출해주는 은행의 기본 수익성은 예대금리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제 수익률 곡선이 완전히 평평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등장하고 있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미 국채 30년물 금리가 2%대로 주저앉으면서 국채 2년물과의 격차가 0.1%포인트까지 좁혀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T 로 프라이스 그룹도 국채 2년-10년물 차이가 '제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다음은 수익률 곡선이 뒤집히는 경우다. 연준이 물가 부진을 인정하면서도 금리를 계속 올린다면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은 더 누울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제롬 파월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는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전임자의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따르겠다고 선언했다.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이 역전됐던 지난 6번의 중 한 번만 빼고 모두 1년 안에 경기 침체가 왔다. (이종혁 특파원)







<그림 설명 : 1970년대 중반부터

미 국채 10년과 2년물 금리 격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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