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모건스탠리가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데 이어 JP모건도 삼성전자를 내년도 최선호 주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외국계 투자은행(IB)의 '삼성전자 때리기'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같은 외국계 IB인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의견과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일제히 삼성전자 주가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박정준 JP모건 센터장은 지난 27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최선호 주(top picks)로 포스코와 삼성생명, 네이버, KB금융지주, SK, SK이노베이션, 아모레퍼시픽, KT&G, 삼성SDI, 기아차, 엔씨소프트, 오리온, 만도 등 13개 종목을 꼽았다. 삼성전자는 빠졌다.

박 센터장은 내년에는 D램 평균 가격이 공급 증가에 따라 두 자릿수의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플래시 역시 설비투자 증대로 공급이 수요 증가율을 앞지르며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메모리 공급 부족 사태가 내년에는 해소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또 삼성전자 주가의 하방 위험으로 ▲D램과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의 급격한 변화 ▲기대에 못 미치는 PC와 헤드폰, 텔레비전 수요 ▲글로벌 경기 변동을 꼽았다.

JP모건에 앞서 모건스탠리도 지난 26일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내리고, 목표주가는 29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변경했다. 션 김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가격이 2016년 1분기부터 이미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D램 가격은 내년 1분기까지만 강세를 유지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내세웠다.

모건스탠리가 장래를 어둡게 전망한 다음 날인 지난 27일 삼성전자 주가는 5.08% 빠졌다. 28일 1.22% 올랐지만 29일에는 다시 1.28% 하락했고, 30일도 2% 넘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자 매수 기회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8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견해를 바꿀 이유가 없으며 현재는 매수 기회다"며 매수의견과 목표주가 352만원을 유지했다.

골드만삭스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 사이클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또 유기발광다이오드패널(OLED)이 삼성전자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증권사들 역시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들은 D램 공급이 과대평가됐고 낸드플래시 수요는 과소평가됐다고 봤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은 설비 증대 없이는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고 낸드플래시는 가격이 내려가면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규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2010년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5% 이상 하락한 적이 총 7번 있었는데 1번을 제외하고 1주일 이내에 주가가 상승반전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외국계 IB의 잇따른 삼성전자 때리기에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외국계 IB를 통해 주식과 파생상품 숏포지션을 쌓은 후 외국계 IB는 부정적인 보고서를 발간해 주가를 내린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셀트리온 주가를 지난해 5월 8만원으로 예측한 후 바꾸지 않고 있다. 셀트리온 주가는 현재 20만원대까지 올랐고, 모건스탠리는 셀트리온 공매도 잔고가 상장 주식 수의 0.5% 이상인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거가 없을 뿐 외국계 IB가 외국인의 숏플레이를 도운다는 심증은 많다"며 "투자자들은 이들의 전망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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