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한국은행이 30일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최근 하락 추세를 지속해 온 달러-원 환율이 장중 10원 이상 급등해 1,080원대 후반으로 올라섰다.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숏-베팅 모멘텀이 소멸한 데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환율이 과도하게 변동할 경우 시장안정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75일 만에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긴장도를 높인 전일에도 달러-원 환율은 금리 인상 가능성에 2년 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달러-원 환율의 흐름은 완전히 달라졌다. 오후 1시 36분 현재 달러화는 전일 대비 9.60원 오른 1,086.4원에 거래되고 있다.

◇금리 인상 이벤트 종료…동결 소수의견도 한 몫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은 서울환시에서 원화 강세를 이끌던 대형 모멘텀이었다.

3%대 경제성장률 지속 가능성과 코스피 고공행진, 북한 리스크 완화에 이어 기준금리 인상까지 합쳐지면서 역내외 시장 참가자들은 원화 강세 기대를 키웠다.

주요 원화 강세 요인 중에서도 금리 인상은 '아직 열지 않은 상자'와 같은 이슈였다.

이에 금리 인상이 확인됨으로써 원화 강세 이슈가 일단락됐다.

특히 이주열 총재가 "금리 추가조정은 성장 흐름과 물가 상승세를 보며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해 추가 금리 인상 기대도 약해졌다.

조동철 금통위원이 금리동결 소수의견을 낸 점도 달러 매수의 빌미가 됐다.

수출 호조에 따른 경제 회복세에도 경기와 물가를 보는 금통위의 통일된 의견이 나오지 못했다.

특히 물가상승률 둔화와 주택가격 상승세가 일부 지역에 국한된 문제라는 점에서 소수의견이 제시됐다면 추가 금리 인상 속도는 더뎌질 수 있다.

경기 판단에서의 금통위 내 의견이 엇갈렸다면 그만큼 원화 강세 기대도 약해질 공산이 큰 셈이다.



◇이주열 "원화절상 장기화, 수출 부정적…쏠림 대응"

달러화는 전일 1,070원대로 하락하면서 외환 당국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 경계가 반영되고 있었다.

이에 오전 중 달러화가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환율을 반영해 상승하면서 매수, 매도가 엇갈렸다.

금통위의 금리 결정을 기점으로 외환 당국이 한 차례 더 환율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부담도 매수 심리를 부추겼다.

달러화 반등에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환율 발언도 한 몫 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 반영해서 시장 수급에 의해 결정되며, 환율 쏠림에 의해 변동성 과도할 경우 시장 안정화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은 이미 금융시장 가격변수에 반영됐다고 이 총재는 평가했다.

그는 "환율이 개별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과거보다 적어졌다"며 "물론 원화절상이 장기화한다면 환율의 수출가격 전가가 확대되면서 일본 중국과 경합도가 높은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숏커버+신규 롱 플레이…서울환시 "롱 전환 여부는 지켜봐야"

금리 인상을 앞두고 이번 주 들어 롱스톱과 숏플레이가 진행된 만큼 반작용도 컸다.

달러화는 이번 주 들어 2거래일 만에 11.80원 하락한 바 있다.

포지션이 가벼워진 시장 참가자들은 금리 인상을 확인하면서 신규 롱 플레이에 나섰다.

한은 금리 인상 기대에 단기 숏포지션을 쌓은 시장 참가자들도 금리 인상을 계기로 포지션정리를 서둘렀다.

달러화는 금리 인상 발표 직후만 하더라도 전일 하락한 7.60원을 되돌린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이 총재 기자회견 이후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지면서 차츰 달러화는 상승 폭을 키웠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달러화가 상승 쪽으로 전환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봤다.

미국 12월 금리 인상을 앞둔 만큼 달러 강세 전망이 나타날 수 있지만, 글로벌 달러 약세가 진행되면 서울환시에서도 재차 원화 강세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금리 인상 이벤트를 앞두고 달러 롱스톱했던 것과 반대로 이벤트가 나온 후에는 반등한 것"이라며 "금통위 소수의견까지 나온 터라 향후 추가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화가 올랐지만, 한국 펀더멘털이 좋다는 판단이 서면 다시 빠질 수 있어 반등이 일시적인지 여부는 좀 더 봐야 할 것"이라며 "연말에는 1,065.00~1,110.00원으로 레인지를 넓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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