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기금 규모가 5년 뒤에는 1천조 원을 넘어서지만, 이를 운용할 운용역 수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연기금과 비교해 1인당 운용 규모도 과중한 수준이어서 운용역 이탈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전체 자산규모는 9월 말 기준 612조4천억 원으로 올해 600조 원을 돌파했다.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2022년 1천조 원을 넘고, 2043년에는 2천561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금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나지만, 기금본부 전주 이전 전후로 빠져나간 인원이 충원되지 않아 운용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4년 9명, 2015년 10명에 그치던 기금본부 퇴사자 수는 올해 2월 말 전주 이전 직전인 지난해 30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23명 이상이 이탈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1·2차 채용을 통해 운용역 26명을 선발했는데, 그만큼 올해 고스란히 퇴사해 결국 연초와 유사한 230여 명 수준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2차 운용역 채용시 당초 30여 명을 뽑으려고 했지만,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인 국민연금에서 일할 만큼의 경력과 역량을 가진 인재가 많지 않아 13명밖에 뽑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차로 30여 명의 운용역을 채용할 계획이지만, 목표를 채울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베테랑 실·팀장급 선임 운용역과 7년 차 이상의 책임 운용역의 이탈이 두드러지면서, 기금본부의 '허리'가 부실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해외대체실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려고 했지만, 지원서류와 입증자료가 사실과 달라 실장 임용이 취소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부동산에 잔뼈가 굵은 실물투자팀장도 퇴사했다.

국민연금 운용역 수는 제자리인데, 1인당 자금 운용 규모는 1조7천억 원으로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의 1인당 운용 규모보다 2.5배 커 업무 부담도 늘고 있다.

만성적인 운용역 부족 상태에서 국민연금이 기금 규모 1천조 원 시대를 맞이한다면 국민의 노후자금을 온전히 지켜내기 힘들 수 있다.

국민연금은 예산 확보를 통해 시장 상위 25% 수준으로 운용역 임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등의 인력이탈 방지 대책을 올해 초 세웠으나, 계획만 있을 뿐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운용역의 임금 수준은 서울에 있는 금융사 엘리트 운용역 수준에 크게 미달한다. 기금본부 운용직 실장급 총 평균보수는 업계 상위 25%와 비교해 54.9%에 불과했으며, 팀장급 총 평균보수는 상위 25%와 비교해 82.8% 수준이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민이 가입자인 국민연금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는다면 결국 손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운용역 이탈 방지책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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