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의 시장금리와 정책금리 간의 차이가 확대되면서 인민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민은행이 정한 7일짜리 환매조건부채권(RP·레포) 금리는 지난 3월 2.45%로 인상된 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RP금리는 중국 당국이 공개시장운용을 주요 유동성 조절 도구로 삼으면서 사실상의 정책금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이 7일짜리 대출에 상호 부과하는 시장금리는 2.93%까지 올랐다. 인민은행이 지난 3월 RP 금리를 인상하기 직전에 해당 금리는 2.57%였다.

미국과 다른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RP금리와 유사한 단기금리를 정책금리로 삼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금리를 조절해 시중의 유동성을 관리하며, 이를 통해 경기를 조절하게 된다.

문제는 시장금리가 지속해서 정책금리와 크게 괴리를 보이면 중앙은행이 효과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시장 참가자들이 중앙은행이 원하는 수준보다 더 높은 금리를 상대방에 부과할 경우 이는 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당국의 레버리지 축소와 부동산 및 금융부문 규제 강화 등으로 성장률이 하락 압박을 받고 있어 높은 시장금리는 경기를 더욱 둔화시킬 위험이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CE)의 줄리앙 에번스-프리차드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차입금리의 불필요한 변동성을 만들어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몇 년간 시장금리를 정책금리에 근접하도록 적극적으로 RP 운용을 통해 유동성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금리가 너무 높아지면 일일 RP 운용을 통해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식이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15년 10월 이후 인민은행은 1여 년 이상 시장금리의 상승을 적극적으로 억제해왔다. 당시는 중국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난 후라 당국이 주식시장에서도 개입을 확대한 때다.

그러나 2016년 9월 이후 주식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중국 당국은 금융위험을 억제하는 데 정책의 방점을 두기 시작했다.

이후 은행 간 차입 시장에서 단기로 자금을 빌려 채권 등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인민은행은 올해 2월과 3월 각각 7일짜리 RP 금리를 인상했다.

당시 인민은행은 RP 금리를 인상하며 시장금리와 정책금리 간의 차이는 은행들에 차익거래의 '불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저우 하오 이코노미스트는 "정상적인 시스템에서 인민은행의 정책금리는 시장금리의 상단이 되어야 하며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개시해 시장금리가 정책금리 위로 올라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민은행은 RP 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이 긴축에 대한 강한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에번스-프리차드는 "인민은행이 통화정책에서 한걸음 물러난 듯 보인다"라며 "지금은 훨씬 더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은행 간 금리 움직임으로 인민은행의 의도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금리 확대는 지난 3월 RP 금리 인상과 함께 인민은행이 지적한 금리 차익거래라는 불공정한 기회를 확대할 위험이 있다.

단지 일부 은행과 브로커리지 업체들만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RP 대출을 얻어 다른 소형은행들에 이를 다시 더 높은 금리로 재대출해 금리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형은행들의 레포 대출은 크게 늘어났다.

중국건설은행의 경우 9월 말 기준 레포 대출이 2천77억 위안으로 1년 전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농업은행의 레포 대출도 같은 기간 68%가량 증가했다.

레포에 접근할 수 없는 중소형 은행들도 심지어 시장금리 2.93%에 대출을 받아 이를 비은행권 기관에 4.04% 금리에 대출을 내주는 차익거래에 나선다.

단둥에 한 농촌은행의 임원은 "채권이 담보로 활용되는 한 우리는 증권사들에 대출을 기꺼이 내줄 것"이라며 "이는 정말 훌륭한 사업이다"라고 말했다.

ysyo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