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일본은 내년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완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련 등이 물가상승률의 세 배에 해당하는 임금 3% 인상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그동안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여야 한다며 재계를 지속해서 압박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을 일컫는다. 임금을 올리면 노동소득분배율 개선의 효과가 있다.

◇일본식 소득주도성장

아베 일본총리가 노동소득분배율 개선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엔저현상 등이 주도했던 아베노믹스가 '일본식 소득주도성장'으로 방향을 선회한 셈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 기업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엔저 등의 효과로 일본 기업들이 아베노믹스의 최대수혜자이지만 소득 분배에 인색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노동소득분배율은 59.2%로 26년만에 최저수준을 기록 중이다.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기준으로 400조엔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기업들이 거둔 이윤을 주주배당 및 사내유보로 돌린 반면 임금 등을 통해 가계로 이전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고용 늘었는 데 실질임금 하락한 까닭

아베 총리는 지난 2012년 12월에 엔저와 대규모 양적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들고 취임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되찾겠다는 게 아베의 포부였다. 5년이 지난 현재 일본 경제는 아베노믹스 덕분에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고용부문에서 눈부신 성장을 일궈냈다. 여성 및 고령층 고용률을 늘리는 등 노동공급 부족을 해소하고,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한 다각적인 대응방안도 모색됐다. 평균 고용률은 75%로 2000년 대비 6.1%포인트나 개선됐다.

고용이 늘었지만, 노동소득분배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임금 수준이 낮은 비정규직 일자리 비중이 너무 큰 일본의 노동시장 구조도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의 한 요인을 지목됐다.

인색한 소득분배는 실질임금 부문에도 투영됐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일본은 1.7% 성장하는 동안 실질임금 증가율은 -0.2%로 오히려 하락했다. 여성·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었으나 임금 수준이 낮은 비정규직 일자리에 집중된 결과다. 노동생산성도 금융위기 이전의 9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에 국력 집중하는 일본

일본은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매년 3%씩 인상하겠다는 방침도 공식화했다. 임금 인상률이 1%대인 물가상승률의 세 배 수준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급여 및 복리후생 격차를 축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기본급 균등, 각종 수당 균등, 복리후생 및 교육훈련 균등, 파견근로자 동일 대우 등을 골자로 한 동일노동·동일임금 가이드라인도 발표됐다. 특히 지난해 기준으로 15.6% 수준인 비자발적 비정규직 비중을 2020년까지 10% 이하로 낮춘다는 의욕적인 목표도 새로 수립됐다.

게이단렌은 내년 '노사교섭 지침서'에 '임금 3% 인상' 내용을 명기할 방침이다. '노사교섭 지침서'는 게이단렌이 일본 노동단체 렌고와의 임금 협상 전에 마련하는 재계의 가이드라인이다. 임금 인상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게이단렌이 인상률 명기로 아베의 소득주도 성장에 백기투항했다는 의미다.

한은은 일본의 노동소득분배 개선 노력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올해부터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등 우리의 인구구조와 노동시장 구조가 일본과 닮은 꼴이라는 이유에서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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