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큰 추세에 역행하는 딜은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냉철하게 분석하고, 미련을 버리고 인정하는 게 최고의 리스크관리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외환딜러들의 모임인 한국포렉스클럽에서 2017년 이종통화 부문 '올해의 딜러'로 선정된 이원장 신한은행 차장은 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소감을 말했다.

글로벌 외환시장으로 시야를 넓혀 다양한 통화들을 살펴야 하는 만큼 이 차장의 하루는 눈코 뜰새없이 바쁘게 지나간다.

신한은행 트레이딩룸에 몸담은지 6년째인 이 차장.

딜링룸에서 꼬박 밤을 지샐 때도 있었고, 손절 타이밍으로 고민하던 시간도 있었다.

그런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그를 '올해의 딜러'로 만들었다.

이원장 차장은 1976년생으로 2003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개인 업무 3년, 기업금융 5년을 거쳐 금융공학센터에서 6년째 이종통화 트레이딩을 맡고 있다.



-- 소감 한마디.

▲영광스러운 개인상이지만 FX팀과 부서를 대표해 받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팀내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신 선배 딜러와 출중한 능력을 갖췄음에도 힘들고 어려운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후배딜러들이 많은데 제가 먼저 수상하게 돼 죄송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새로운 트레이딩 전략과 비즈니스모델을 위해 응원해 주신 정해수 부장님과 이종통화 관련 전적으로 믿고 맡겨주신 김장욱팀장님께 감사드린다.

--딜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현실적으로 이종통화는 달러-원처럼 시장가격을 주도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 따라서 큰 추세에 역행하려는 딜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짧은 조정에서 잠깐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포지션을 갖는 것은 지양하려 한다. 아울러 많은 고민과 연구를 통해 뷰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냉철하게 분석하고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최고의 리스크 관리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 손절 타이밍이다. 손실이 급격하게 빨리 진행될 때 손절 레벨을 지나칠 때가 많다. 그럴수록 예상치 못했던 부분 등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미련을 버리고 인정하는 게 최고의 리스크관리라고 생각한다.

--올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올해는 아니지만 지금으로부터 딱 1년전 트럼프 대통령 당선 때가 생각난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가 힐러리를 역전할 때를 최고의 하이라이트라 생각하겠지만 딜러의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당선 확정 연설을 할 때가 최고의 반전이었다. 저희 하우스는 트럼프가 앞서나갈 때 안전자산선호 포지션을 구축하는 시나리오가 있었고, 그 포지션(달러-엔 숏)으로 이익을 얻고 있었으나 트럼프 확정 연설때 친성장정책 기대로 채권 수익률이 급등하고, 달러화가 강세로 급격히 전환됐다. 달러-엔 환율도 급격히 반등했다. 제 기억엔 4빅(big) 정도였다. 그날 딜링룸에서 밤을 샜다. 딜러로서 수많은 생각을 했던 날이었다. 손실은 많이 났지만 마음 한구석으론 진정한 딜러가 됐다는 마음도 들었다.

--징크스가 있다면.

▲매일 아침에 출근해서 겉옷을 옷장에 넣어두는데 옷장 문 앞에 번호가 있다. 의식적으로 3번 또는 5번에만 옷을 넣는 징크스가 있다. 왠지 짝수 번호나 다른 번호에 넣게 되면 오늘 딜이 안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들 때가 있다.

--내년 FX시장 키워드 3개를 꼽으라면.

▲동조화와 비트코인, 김정은이라고 본다. 동조화는 올해 상반기까진 미국만의 차별화된 통화정책이 주로 나타났지만 글로벌 경기 호조로 하반기부터 주요 중앙은행들이 동조화될 신호를 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유럽중앙은행(ECB)을 주목하고 있다. 유로화가 이미 1.20달러까지 상승했지만 내년에는 1.27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본다.

비트코인도 주목할 만하다. 4년전 부서원들에 비트코인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관련 서적과 논문을 보면서 비트코인이 통화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된 부분과 블록체인이라는 운영시스템을 갖는 부분이 놀라웠다. 그때 1천달러가 안되던 가격이 지금은 1만달러 내외에서 거래되니 언젠가 은행에서도 거래가능한 통화가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먼 미래이겠지만 이종통화딜러로서 그 대응방안은 미리 생각해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정은도 키워드로 본다. 전쟁은 쉽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북핵 문제가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된다. 글로벌 경제가 호조를 보이며 위험자산선호가 살아나고 있으나 북핵리스크가 더욱 심화된다면 새로운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본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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