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ㆍ합병(M&A)의 절정은 협상이다. M&A를 둘러싼 당사자의 주요한 권리와 의무가 사실상 확정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유학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한 지 얼마 안 돼 상당한 규모의 M&A 협상 테이블에 나설 때 그 긴장과 떨림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는 절대 상대에게 약하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고객이 그 자리에서만큼은 필자만 지켜보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강해야 한다는 생각만 컸다.

이제는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부드러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긴장과 떨림은 여전하지만, 반드시 강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다면 협상에 임하는 M&A 변호사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정답은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협상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도록 조력을 다 하는 것이다.

전투에 비유하자면 M&A 계약서 문구의 의미와 그 위험을 더욱 많이 이해하고 있는 장수(법률전문가)로서 주군(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변호사는 절대로 협상이 자신의 싸움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언젠가 상대방 변호사가 협상 중에 흥분해 혼자 자리를 떠나 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 상대방 고객이 해당 변호사를 겨우 달래 협상을 재개했다.

상대방 변호사가 일부러 그런 것이라면 특별한 협상 기술일지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협상을 자신의 싸움이라고 착각한 결과로 추정된다.

만약 그때 우리 고객도 자리를 떠났다면 그 뒤를 감당할 수 있었을까.

해박한 법률지식과 치밀한 법 논리로 상대방 변호사를 제압할 수 있는 기술도 물론 중요한 덕목일 수 있다. M&A 변호사는 그러한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힘자랑하듯이 상대방을 제압하는 기술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협상이라는 것은 상대방을 무조건 무찔러야 하는 전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얻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내줘야 하는 것도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협상 테이블로 나가기 전에 고객과 양보해도 되는 부분과 물러서서는 안 되는 부분에 대해 충분한 교감을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현장에서 고객의 의사와 다른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우(愚)를 피할 수 있다.

물론, 절대 물러설 수 없는 부분에서 충돌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 자리에서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고객과 함께 떠나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그것이 고객의 뜻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도 M&A 변호사는 최선의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고객이 물러설 수 없는 부분은 상대방도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인 경우가 많다. 그때마다 딜을 무산시키는 것은 진정으로 고객이 원하는 결과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이 해당 M&A를 성사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지만, 협상력은 상대방보다 열세인 경우라면 더더욱 그러한 대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문제에 하나의 해답만 있고 협상 과정에서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한다는 편협한 생각을 버린다면 현명한 대안이 찾을 수 있다. M&A 딜은 애초 종결(closing)에 이르고자 탄생한 것이다.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법무법인 광장 홍성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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