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은행장 '농협은행 혁신 2020' 전략 수립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지난해 빅배스의 아픔을 딛고 경영 정상화에 나선 농협은행이 시중은행 '빅 3'에 도전한다.

그간 특수은행과 시중은행 사이에서 모호한 정체성 탓에 다른 은행에 비해 수익성이 뒤처졌지만, 이제는 '1조 클럽' 가입을 목표로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오는 2020년까지 국내 3대 은행으로 도약해 연간 손익을 1조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내부 목표를 확정했다.

이번 경영목표는 농협금융지주 차원에서 추진하는 계열사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앞서 지난 4월 연임에 성공한 김용환 회장은 농협은행과 농협생명, NH투자증권 등 주요 계열사에 2020년을 목표로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장기 로드맵 마련을 주문했다.

지난해 농협은행은 1천111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의 핵심 수익원이지만 충당금에 발이 묶이면서 NH투자증권(2천361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한 셈이다.

금리 상승과 늘어나는 가계 대출에 힘입어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 든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농협은행의 성과는 더욱 초라하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 원에 육박했다.

KEB하나은행은 1조3천억 원, 우리은행은 1조2천억 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각각 5년과 4년래 최대 이익을 냈다.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 KB국민은행조차 9천64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빅배스를 통해 앞으로 손실이 예상되는 익스포저 대부분을 정리한 데다, 리스크 관리를 통한 자산 건전성도 크게 개선된 만큼 이제는 정상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게 농협은행의 설명이다.

'빅 3 진입'을 선언한 농협은행은 우선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대응하기 위해 비대면 고객 상담을 전담하는 비대면 영업조직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면과 비대면을 융합한 옴니채널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농협은행의 특성상 높은 연령층의 고객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정감(情感)있는 은행을 구현하고자 '우리 고객 바로 알기'와 '금융상담 예약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농업금융을 활용한 '스마트 팜 종합자금'을 비롯해 '스마트고지서비스' 등의 신사업을 확장해 관련 영역을 더욱 고도화하기로 했다.

또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농업금융을 활용한 '아시아 농업금융 슈퍼 그리드'를 구축해 현지 영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이번에 혁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5년간의 사업부서별 성과를 꼼꼼히 분석해 달성 가능한 수준의 수익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제는 시장을 상대로 당당하게 경쟁하겠다는 포부가 담긴 셈이다.

농협은행은 이달 말까지 혁신방안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확정해 오는 하반기부터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농협은행이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만큼 이제는 시중은행과의 경쟁이 필요한 때"라며 "현 상태의 재무상황과 성장성을 바탕으로 평가했을 때 향후 3년 안에 국내 3대 은행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