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엔-원 재정환율이 연일 하락세다. 달러-엔 환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는 가운데 원화 강세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으면서다.

미국 세제개편안 등 위험자산선호(리스크온) 재료에 엔화가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함에 따라 엔-원 환율이 추가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북한 관련 지정학적 이슈와 같은 위험자산회피(리스크오프) 요인에도 엔-원 환율이 동요하지 않는 모양새다.

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엔-원 환율은 2015년 12월 이후 약 2년 만에 100엔당 960원대로 밀려나 있다. 전일 환시 마감 무렵에는 964.60원에 시세를 형성했다.

올해 990∼1,050원 사이를 왕복했던 엔-원 환율은 달러-원 환율이 10월부터 빠르게 내린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같은 기간 달러-엔 환율은 110∼114엔대 움직임에 그치며 엔-원 환율 하락세를 부추겼다.

전문가들은 엔-원 재정환율이 자산시장의 투자심리와 높은 상관성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 우리나라 등 글로벌 주식시장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엔-원 환율에 반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지난달 29일 엔-원 재정환율은 전일 975.31원에서 966.17원으로 오히려 10원가량 밀리기도 했다.

중기적인 시계에서는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엔-원 환율이 밀접하게 연동하는 모습도 관측됐다.







외환시장에서는 당장 엔-원 환율이 950원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리스크온 등에 따라 달러-엔 환율은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달러-원 환율은 견고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수급적 요인으로 상단이 눌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달러는 미국 세제개편안의 상·하원 의견이 좁혀질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러시아 스캔들 등 미국의 정치 불안이 크게 번지지 않고 있어 강세 흐름으로 예측되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서울환시나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엔과 달리 달러-원 환율은 확실히 무겁다"고 말했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러시아 스캔들보다 세제개편안에 관심이 쏠리면 엔-원은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달러-엔 환율 상승세가 계속되지는 않아, 엔-원 재정환율의 추가 하락세가 머지않아 진정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올해 10월 조기 총선에서의 압승으로 아베노믹스가 이어지겠지만, 작년 6월 시작된 아베노믹스 2기는 1기의 양적 성장에서 구조 개혁 중심의 질적 성장을 표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가 엔저(低)를 유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일본 총선 이후 엔화 약세 재료에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다"며 "원화 강세도 주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행(BOJ) 통화정책이 가장 완화적이라 엔저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엔화 강세로 내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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