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연말을 맞는 신용카드 업계가 어수선하다. 다수 카드사가 대표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수장의 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8개 전업계 카드사 중 올 초 신한카드와 롯데카드, BC카드 등의 수장이 바뀐 데 이어 이에 못지않은 규모의 CEO 교체가 단행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교체가 유력한 카드사 수장으로는 은행계열 카드사 인물이 꼽힌다.

올해 초 임영진 사장이 취임한 신한카드를 제외한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 하나카드의 대표가 모두 올해 초나 내년 말이 임기 만료다.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은 지난 2016년 초 취임해 올해 말까지가 임기다. KB는 윤종규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노조의 반발 등 잡음이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금융사 대표의 장기 집권을 지적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임기 만료 CEO의 연임에 대한 부담이 한층 커진 상황이다.

윤 회장은 허인 KB국민은행장 임명 이후 아직 계열사 사장 인사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윤 사장의 취임 기간 실적은 카드업계 전반의 부진을 고려하면 무난하다는 평가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측면도 있다.

KB국민카드는 윤 사장 취임 첫해인 지난해 3천171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년보다 11% 줄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도 2천339억 원으로 지난해에 소폭 못 미친다.

여기에 신임 허 행장이 1961년생이지만 윤 사장은 1960년생으로 세대교체 차원에서도 윤 대표의 연임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유구현 우리카드 사장의 입지도 불안하다. 우리은행은 채용비리에 휘말리면서 이광구 전 행장이 중도 하차했고, 손태승 신임 행장이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채용비리 이후 대대적인 조직 물갈이가 불가피한 만큼 계열사인 우리카드 대표도 교체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유 사장은 지난 2015년 1월 취임한 이후 두 차례 연임에 성공한 만큼 교체 시점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유 사장의 올해 성적표도 실망스럽다. 우리카드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 순이익도 813억 원에 그치며 지난해 924억 원보다 12%로 감소했다.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은 구 외환카드와의 통합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실적도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나카드는 올해 3분기까지 973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 756억 원을 넘어섰다.

다만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두고 논란이 커진 점은 변수다. 최 위원장의 발언이 김 회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데 이어 최근에는 김 회장이 직접 김승유 전 회장 등을 거론하며 조직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어수선하다.

김 회장의 연임에 제동이 걸릴 경우 정 사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들의 운명도 안갯속에 갇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의 교체도 유력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원 대표의 경우 올해 초 연임하며 2020년까지 임기가 부여됐지만, 삼성 그룹이 비상 상황인 시점에서 내려진 조치로 임기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삼성카드의 실적이 다른 카드사 대비 나쁘지는 않다. 삼성카드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3천5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늘었다.

양호한 실적에도 그룹 금융계열사 인사 흐름에 따라 원 대표의 행선지도 갈릴 가능성이 크다. 한때 삼성증권 대표로의 이동설이 나돌기도 하는 등 교제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된다.

지난달 그룹 대표인 삼성전자 임원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금융계열사의 인사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계열사별로 인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금융계열사 인사는 내년 등으로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말 모그룹의 인사요인 등과 겹치면서 카드사 대표의 인사 폭도 커질 수 있는 분위기"라며 "올 초 다수 카드사 사장이 바뀐 데 이어 이번에도 새 얼굴이 다수 등장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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