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가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에서 잇달아 부진한 성적을 받았다. 전방산업인 자동차산업이 침체된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등으로 고전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산업에서 유망한 업체를 골라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자동차 부품업체, IPO 시장에서 '우울'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피스톤은 지난달 22~23일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62.80대 1을 기록했다.

전체 기관투자자의 약 78%가 공모가 희망범위(5천700~7천300원) 중간값 이하의 가격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동양피스톤 공모가는 희망범위 최하단인 5천700원으로 확정됐다.

지난 10월 11~12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영화테크도 61.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가 희망범위(1만2천500~1만5천500원) 최하단인 1만2천500원으로 결정됐다.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세원은 지난 9월 26~27일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90.67대 1을 기록하며 공모가가 희망범위(5천200~6천200원) 중간인 5천700원으로 확정됐다.

동양피스톤과 영화테크, 세원의 의무보유 확약비율은 0%다. 기관투자자가 수요예측에서 일정 기간 의무보유를 확약하면 기관투자자는 그 기간에 해당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

이 같은 자동차 부품업체의 성적은 최근 콘텐츠 제작업체 스튜디오드래곤이 의무보유 확약비율 27.20%, 반도체 부품업체 메카로가 42.07%,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가 7.30%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한 증권사의 IPO 담당자는 "의무보유 확약비율이 높을수록 기관투자자가 그 기업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것"이라며 "자동차 부품업체가 의무보유 확약을 받지 못한 것은 자동차부품업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자동차 부품업체의 코스닥시장 상장이 좌절된 경우도 있다. 한중엔시에스는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상장을 시도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거래소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한중엔시에스 사업성에 의구심이 들어 미승인 통보를 했다"고 설명했다.

◇ "전방산업 침체 영향…미래 자동차산업에서 유망한 업체에 투자"

이처럼 자동차 부품업체가 IPO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은 전방산업인 자동차산업이 침체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업체는 자동차용 엔진, 변속기, 차체, 클러치, 축, 기어, 휠, 제동장치 등 부품을 생산해 완성차업체에 공급한다. 따라서 자동차 생산·판매가 감소하면 자동차 부품업체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세계 자동차시장(중대형 상용차 제외) 수요는 9천49만대로 전년 대비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동차시장 성장률은 2012년 이후 저하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1위 자동차업체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시장의 저성장 국면에 '사드 후폭풍'까지 겹치며 부진한 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동양피스톤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는 현대차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현대차 생산량 변동에 따라 부품업체 매출도 같이 움직인다"고 했다.

동양피스톤은 현대차그룹 매출 비중이 작년 별도기준 약 41%에 달한다. 하지만 올 상반기 기준 현대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미래 자동차산업에서 유망한 업체를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자동차 판매량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으면서 자율주행차, 전기차,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차량정보 및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유망한 기업을 잘 골라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yg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