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서울 외환(FX) 스와프 시장에서 외국계 은행과 국내(로컬) 은행 간의 신용 한도(크레디트 라인) 논란이 꺼지지 않고 있다.

지난 7∼9월 북한 관련 지정학적 우려로 FX스와프 시장의 라인 이슈가 불거진 이래, 외은과 국내 은행 사이에 대폭 축소된 신용 라인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특히 국제 은행감독 규정인 바젤Ⅲ에 따라 거래 상대방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외은 입장에서는 당분간 국내 은행과의 라인을 확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유럽계와 북미계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외은 서울지점이 국내 은행과 FX스와프 거래를 자제하고 있다.

FX스와프는 달러와 원화를 교환하는 장외 거래다. 외은 지점은 본사에서 달러를 역내로 들여와 국내 은행에 공급하는 셀앤드바이(sell&buy) 거래의 주체로 기능한다.

서울외환시장에 외은과 국내 은행 사이의 라인 문제가 부각된 것은 지난 7∼9월부터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됨에 따라 외은 본사 또는 아시아 거점(헤드)에서 국내 은행과 체결된 셀앤드바이(sell&buy) 포지션을 축소할 것을 지시했다.

쉽게 말해 국내 은행에 달러를 주지 말라는 얘기였다. 혹시 모를 한반도 정세 불안을 염려한 조치였다.

일부 유럽계은행은 기존 포지션을 대거 줄였고, 외은과 국내 은행 간에는 실거래가 체결될 수 없는 초이스 호가 상태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거래에 큰 불편을 느낀 시장참가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외은과 국내 은행 간의 라인 이슈는 조용해진 것처럼 보였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국내 은행과의 FX스와프 포지션을 줄였던 외은들이 일정 수준의 포지션 외 추가로 거래를 확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FX스와프 시장에서 초이스 호가는 자주 일어나고 있고, 거래 자체가 다소 위축된 것도 사실이다.

이는 거래 상대방 리스크(wrong way risk)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바젤Ⅲ 규정이 바탕이 됐다.

바젤Ⅲ에 따르면 은행들은 계약 기간에 따른 위험노출액(익스포저) 변동 규모를 예측할 수 있게 상대방 신용리스크 표준방법(SA-CCR)을 이행해야 한다. 시행일은 올해 1월부터였다.

아울러 은행들은 신용위험 조정금(CVA) 조항에 따라 장외파생 거래를 할 때 상대방의 신용변동 가능성에 대비해 추가 자본도 쌓아야 한다.

일부 외은이 이 같은 바젤Ⅲ 규정을 꼼꼼하게 적용하면서, 대부분은 외은들도 이런 분위기를 따라 국내 은행과 거래를 줄여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외환시장의 한 전문가는 "몇몇 외은이 타이트하게 관리하니까 시장에 영향을 줬다"며 "바젤Ⅲ가 큰 흐름인데, 북한 뉴스로 라인 이슈가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국내 은행과 거래를 하려면 코스트(비용)이 많이 들어가니, 외은 입장에서는 거래를 줄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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