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한국은행이 금리 결정 시 경제의 기조적 흐름을 보겠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투자 판단에 필요한 중기 데이터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달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 부진에도 금리를 올린 배경을 묻는 질문에 "금리정책은 단기보다 중장기적 시계에서 기조적 흐름 판단에 기초한다"고 답변했다.

당분간 농수산물 가격 안정, 대규모 할인행사 등에 따른 영향으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밑돌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요측 압력이 커져 목표 수준으로 갈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관심이 집중된 추가 긴축 여부와 관련해서도 "무엇보다 성장과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면밀히 점검해 신중히 판단해나갈 것이다"며 기조적 흐름을 재차 강조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대체로 이 총재가 설명한 논리에 수긍하면서도 이들이 참고할 중기 경제 데이터가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2.9%와 1.8%로 제시했다.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 부합하지만, 물가상승률은 2% 목표 수준을 밑도는 결과다.

내후년 전망치는 아예 공개되지 않았다. 금리 결정 시 금통위원들이 참고했을 법한 정보가 시장 참가자들에게는 제공되지 않는 셈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이 내후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공개하는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기조를 강조하지만, 내후년 성장률 전망치 등 중기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아 논의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설령 전망이 틀리더라도 어떠한 판단에서 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 있도록 데이터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신흥국이라 대외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점을 고려하면 사후적으로 틀릴 가능성도 커 공개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다만 앞으로 그러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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