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유로에셋투자자문은 운용역 2명 등을 두고 있다고 상품설명서에 명시했으나 실제로는 운용을 하지 않는 '유령 매니저'들을 내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투자자문사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에서 현재 자문사 등록제가 너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로에셋투자자문의 상품설명서는 최현재 대표 이사를 비롯해 L모 미래에셋투신 전 대표를 운용진으로 두고 있다고 명시했다.

최 대표는 GE 커머셜 파이낸스 사장을 지난 2003년부터 4년간 한 뒤 릴라이어블 이라는 회사 대표를 2011년까지 역임했다고 나온다. 앞서 그는 외국계 은행에서 부실채권 인수 업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L씨는 서울증권과 세종증권을 거친 뒤 미래에셋증권에서 자산운용 본부장, 미래에셋투신에서 운용 공동대표 상무를 맡은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은 운용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2013년 10월에 자본금 16억원으로 투자일임업 등록을 했으며 당시 최 대표와 임 이사를 운용역으로 올렸다. 투자자문사는 상근 임직원 중 2명 이상을 운용전문 인력으로 둬야 하기 때문이다. 운용전문 인력은 금융 기관에서 3년 이상 일하고 1천억원 이상 고유재산 운용을 2년 이상 했거나 같은 업무를 외국계금융투자 기관에서 3년이상 해본 사람 등으로 한정돼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L씨는 현재 별다른 업무를 하지 않고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 대표는 본인이 직접 민사 소송 재판에서 '운용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으며 실제 운용은 사내이사로 등록된 최모씨와 서무 직원 1인이 전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최대주주인 신용직 유로통상 상무는 단 한 번도 금융투자업계에 근무한 적이 없으며 지분만 68.6% 보유했다. 지난 1985년 설립된 유로통상은 명품브랜드 버버리(BURBERRY)를 비롯해 몽블랑, 고가 화장품 라프라리(La Prairie) 등을 수입하는 회사다.

이에 금융 당국 관계자는 "투자자문사 설립에서 주주가 누군지는 그렇게 중요하게 보는 사항이 아니다"며 "등록제이기 때문에 자격만 갖추면 누구든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문사가 등록제로 이뤄지며 서류상 운용역과 실제 운용 집행자의 일치 여부 등을 금감원 실사 등에서 꼼꼼히 따지지 않는다는 점에 업계의 문제 제기도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전업 투자자문사로 등록된 155곳 중 95곳이 적자를 나타냈으며 자기 자본만 운용하고 그 수익으로만 운영되는 자문사도 태반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로에셋투자자문과 마찬가지로 처음에 자문사 등록할 때만 그럴싸한 운용인력 몇 명을 걸어두고 실제 주문은 다른 사람들이 내는 경우도 업계에는 비일비재하다"며 "자문은 5억원, 일임은 15억원으로 등록 문턱이 낮아 사내 이사로 등록된 '쩐주'의 돈만 굴려 그 수익으로 밥벌이하는 곳도 많다"고 귀띔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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