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지난 2014년 국제유가 하락 이후 석유화학업계가 호황을 맞이한 가운데 그동안 미국에서 허리케인 등 영향으로 지연됐던 ECC(에탄분해설비) 가동이 재개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국내 NCC(나프타분해설비)사업 진출 기업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6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미국 ECC는 올해 하반기부터 일부 가동을 시작해 오는 2020년까지 연산 1천300만톤을 목표로 증설에 들어간다.

ECC는 에탄가스를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로 미국 석유화학설비의 75%를 차지한다. NCC는 나프타에서 에틸렌을 생산하는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 석유화학설비의 대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의 ECC 증설에 따른 에틸렌 공급 증가는 에틸렌을 활용해 만드는 PE(폴리에틸렌)의 생산량 증가로 이어진다. 미국은 PE 순수출 국가에 속하기 때문에 PE 증가분은 대부분 아시아지역으로 수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PE 가격 스프레드가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PE가 국내 NCC 기업 전체 생산량의 3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프레드 축소는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 초부터 미국 에탄 석화설비들이 아시아지역으로 판매를 늘리면서 석유화학 대표제품인 에틸렌의 스프레드가 올해 660달러에서 내년 500달러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봤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지난 2014년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의 스프레드가 유지되면서 호실적을 거뒀다. 이에 따라 일부 정유사들은 NCC 투자 등 비정유사업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석유화학 하락사이클이 돌아온다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순수석유화학 기업들조차 설비투자를 결정하는 데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강동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에틸렌이 본격적인 증설 사이클을 맞으면서 점차 수년간의 호시황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6월 다우케미칼을 통해 연산 150만톤의 ECC를 가동했고, 내년 셰브론 150만톤, 엑손 모빌 150만톤 등 오는 2019년까지 연 950만톤으로 생산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세계 에틸렌 소비량 1억5천만톤의 6.5%에 달하는 규모다.

중국 또한 에틸렌 설비 확대로 화학제품 자급률을 높이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다만 스프레드가 축소된다 하더라도 견조한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태풍 하비 등 영향이 남아있고, 프로젝트 비용 발생에 따른 추가 지연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신규 가동물량으로 일시적 가격 조정은 있겠으나 수요 증가가 공급을 흡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mj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