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은행을 향해 견제구를 던졌다.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주 11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6년 5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한 결정도 시기상조였다고 비판했다.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채권시장 분위기와 달리 KDI는 오히려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맞불을 놨다.

한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반도체 중심의 경기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KDI는 6일 발간한 '2017 하반기 경제전망' 곳곳에서 현재 수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반기 1.6%, 하반기 1.5%로 제시하고, 물가상승 압력이 현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KDI는 지적했다.

올해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 물가안정목표인 2.0%를 웃돈 2.3%에 달한 것은 작년 하반기 이후 유가 상승 및 농축산물 가격의 일시적 급등과 같은 공급 측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금통위에서의 이주열 한은 총재 발언과 뉘앙스에서 다소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당시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높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회복세가 지속하면서 수요 압력이 커지고 점차 물가 목표 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KDI는 총량적인 측면에서 경기개선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 국한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9%로 제시했다. 정부를 비롯해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0%를 밑도는 수준이다.

2.9%와 3.0%는 숫자상 0.1%포인트(p) 차이에 불과하지만, 경제주체의 심리적 영향을 고려하면, 내년 성장세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KDI는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 대외요인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한은이 통화정책을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지더라도, 국내 자산시장에서 급격하게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은 희박하므로, 미국 금리 인상에 선제 대응한다는 설명은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아울러 통화정책을 추가로 조정하는 경우에는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 분석을 바탕으로 필요성과 근거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도 했다.

경제주체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11월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나 경제의 거시경제지표로 볼 때 이른 판단이 아니었나 한다"며 "물가도 경제를 조절할 정도의 상승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현재 물가수준을 고려한 (시중)금리는 적정 금리 수준보다 높은 편일 수 있다"며 "여전히 금리를 인하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물론 한은이 기준금리를 재차 인하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적다.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는 KDI가 굳이 금리 인하를 언급한 것은 향후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안 된다는 정부의 판단이 깔렸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지난 금통위에서 KDI 출신의 조동철 금통위원이 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낸 것도 이 같은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게 아니냐고 추정했다.

한 채권시장 전문가는 "내년 금리 인상이 1회 또는 2회로 얘기되고 있는데, KDI 시각은 상대적으로 1회를 지지하는 쪽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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