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윤시윤 기자 = 2017년 서울외환시장은 전형적인 상고하저 장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 금리를 올렸던 매파적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반응이 뒤늦게 나타나면서 연초에 달러 강세로 내달렸으나 한국의 경기 개선과 금리 인상 기대 등으로 연말로 갈수록 달러 약세가 우위를 점했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했고 한국은행이 6년 반만에 금리를 인상했으며 북한 리스크도 1년 내내 꾸준히 가격 변수로 등장했다.

올해 유난히 한국 경제를 둘러싸고 훈풍이 돌면서 원화는 연말로 갈수록 강세를 보였다.

수출 호조세가 지속됐고 대내외 주요 기관들이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올려잡으면서 대부분의 대외 리스크는 안정을 되찾았다. 한·중 통화스와프가 연장됐고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 무제한·무기한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해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촛불혁명'과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5월 대선 승리와 함께 '큰 정부'의 대문을 활짝 열었다. 탄핵부터 대선까지 이르는 국내 정치적 이슈는 달러-원 환율에도 주요 재료가 됐다. 탄핵심판 당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탄핵심판 결정문을 낭독한 25분간 한 마디 한 마디에 달러-원 환율이 움직이기도 했다.

대선 승리와 함께 정치적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전반적으로 원화가 힘을 받았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따라 달러-원 환율은 꾸준히 레벨을 낮췄다.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물에 대한 투자 심리도 강해져 주식 시장도 훨훨 날았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해 중에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44조 원이 넘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순유입됐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을 국정의 양대 축으로 삼고 경제적으로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고 출범하자마자 11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일자리 확충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회복에 원화 초강세

올해는 글로벌 경기가 춘풍을 맞았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경기와 동반 성장하면서 원화 펀더멘털을 지지했다.

특히 3분기 한국 경제는 1.5% '깜짝' 성장률을 기록했다. 7년 만에 가장 큰 폭 성장세다. 특히 9월에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 상황이 개선된 영향이 반영됐다. 수출이 6년 반 만에 최고폭으로 증가했고, 국민소득도 2.4% 증가하면서 3년 만에 3%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졌다.

수출 증가세와 내수 개선 기대에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해외 기관들도 경제 성장률 전망을 올려잡기 시작했다. IMF는 10월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4월 전망보다 0.2%포인트 높은 3.0%로 제시했다. OECD는 11월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6월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잇단 경기 전망 상향 조정 소식에 원화는 11월 초부터 강세로 내달렸다. 같은 달 29일에는 1,075.50원까지 내려섰다. 올해 연고점인 1,211.80원에 비해 136.30원 낮은 수치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원화는 지난 10월부터 11월 3일까지 달러 대비 2.8% 절상됐다. 이는 주요 선진국, 아시아 신흥국 17개 통화의 변화율에 비해 독보적인 절상률이다.

◇한은,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월 30일 기준금리를 6년 5개월 만에 연 1.25%에서 1.50%로 인상했다.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인식과 함께 경기 개선을 뜻했다. 또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자본유출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긴축 가능성이 올해부터 힘을 받기 시작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깜빡이'에 시장도 움직였다. 이 총재는 6월 한국은행 창립 제67주년 기념사에서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14년 이 총재 취임 이후 3년 만에 한은발 긴축 신호였다. 이후 10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에 찬성하는 소수의견이 나오자 11월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폭발했다. 11월 내내 원화는 경기 개선 가능성과 금통위 금리 인상 기대를 재료로 본격적으로 강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금리 인상 기대에 달러-원 환율은 연일 연저점을 경신했다. 시장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실제로 금리 인상이 단행된 후에는 금리 인상 기대로 구축됐던 숏포지션이 정리되면서 환율이 반등한 바 있다.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올해에는 이러한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가 탄력을 받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으로 초저금리 시대를 열어젖혔다. 이후 유럽과 일본까지 완화 정책에 뛰어들었으나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자 출구전략이 필요해지기 시작했다.

올해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주요국가에 이어 신흥국 중에선 한국이 최초로 금리를 인상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3월과 6월에 이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까지 금리를 인상할 경우 처음으로 점도표상의 금리 인상 경로를 따라 금리 정상화를 이어가는 셈이다. 정책금리 인상뿐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점진적으로 만기 도래하는 자산의 재투자 규모를 줄여 자산 규모를 축소할 계획이다.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에도 금리 동결 기조는 이어가고 있지만 꾸준히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사하고 있다. 또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들이 통화 완화 정책의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가운데 국채 매입을 차츰 줄여가는 '스텔스 테이퍼링'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1년 내내 지속한 北 리스크

올해 북한 리스크에 시장은 조금 다르게 반응했다. 기존 학습 효과에 따라 크게 움직이지 않았던 데 달러-원 환율은 북한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급등하면서 널뛰었다. 여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스탠스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8월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성공 소식에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은 미국령인 괌에 미사일 포위사격 검토를 밝혔고 이어 9월 6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핵실험 충격이 있던 9월 4일 달러-원 환율은 전일 대비 10.20원 급등 마감했다. 7~9월 달러-원 환율은 1,140~1,150원대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북한발 리스크는 주변국과의 여러 갈등을 유발하면서 1년 내내 환시에 불안 재료를 더했다. 특히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은 보복 조치로 금한령을 내리기도 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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